메이커 읽을거리

[커버스토리] 지금부터 준비해 10년 후… 인생이모작이 시작된다
디아스크 홍성돈 대표
등록일 : 2019-01-15 00:49:30 조회수 : 957

불면증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고 힘들어하다, 몸을 편안하게 이완시키는 베개를 찾기 시작했다는 홍성돈 대표. 그는 그렇게 발견한 아이디어를 사업화해 현재 ‘베리굿베개’라는 숙면베개로 인생이모작을 성공적으로 시작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생각지도 못했던 메이커로서의 삶과 성공적 인생이모작의 준비작업, 그 진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 숙면베개로 불리는 베리굿베개는 어떻게 개발하게 되신 건가요?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던 50대 초반, 여성의 갱년기처럼 노화현상의 하나였는지, 원인 모를 불면증이 찾아왔습니다. 잠을 못 자니 몸에도 이상이 오더군요.
손끝과 발끝이 굽어지고, 피부도 아프고, 머리카락도 빠지고, 체중도 무려 40kg대 초반까지 줄었어요. 그러다 척추관협착증이 발병하면서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어려워졌죠.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병원도 다니고 남들처럼 식이요법도 해보았지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잠 잘 자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어요. 어느 날 누워 제 자세를 보니 목이 꺾여 있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기가 흐르지 않아 상태가 나빠진 걸로 판단해 롤폼을 구매했고, 이걸 목 아래 받쳐보기도 하고 머리에 베고 자는 등 여러 방법으로 활용해봤어요. 그러던 중 롤폼 2개를 깔고 그 위에 베개를 얹으니 머리가 쑥 그 사이로 들어가면서 무척이나 편안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처음으로 깊은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그걸 발전시켜 현재 베리굿베개를 만들게 됐죠.




홍성돈 대표가 개발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사실 수면에 좋다는 베개들이 많은데, 다른 제품들과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아무리 좋은 베개라 해도 저한테는 맞지 않았습니다. 머리를 살짝 들어올리게 만든 제품들이 많다 보니 자고 일어나면 목이나 어깨가 아프고, 누웠을 때는 편해도 옆으로 돌아누우면 높이가 맞지 앉는다거나 하는 불편함이 있었거든요. 전 이 제품을 만들면서 실질적인 멘토단을 구성해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지인 40명에게 샘플을 돌리고, 잠자는 시간과 숙면상태, 전후의 자세변화와 컨디션 등을 설문조사 했죠. 처음에는 장점과 단점이 뒤섞여 있었어요. 이를 토대로 베갯속의 종류와 두께, 커버의 재질, 사이즈 등을 계속 갱신해 나갔습니다. 그렇게 다리는 메모리폼, 베개는 다운필, 커버는 4계절 사용할 수 있는 린넨 소재로 정했고, 누웠을 땐 6~8cm, 돌아누우면 10~12cm가 확보되는 현재의 제품을 완성했죠. 많은 의견을 수용해 만든 것이기에 이용자들의 자세를 거의 대부분 커버해줄 수 있는 정도의 퀄리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잠 잘 때는 목 베개로,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할 때는 받침대로, 휴대폰을 할 때는 배 베개로,
엎드려 잘 때는 쿠션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베리굿베개



# 사업은 처음이실 텐데 어떻게 이렇게 꼼꼼하게 준비할 수 있었나요?

흔히 말하는 직장생활은 인생1모작이잖아요? 그 1모작을 준비하기 위해 20년 이상 준비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인생이모작을 시작합니다. 전 인생이모작을 준비할 때도 오랜 시간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당연한 원리 하나를 생각하며 준비했습니다. 창조혁신센터 등을 통해 창업과 관련해 홍보하는 법, 세무관계, 특허 등을 배웠고,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 이유, 매장을 낼 것인가 아닌가 등에 대한 조언도 많이 받았지요.



#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지원하는 ‘메이커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 지원 사업’에 참여한 것도 그런 조언에서 시작된 건가요?

맞습니다. 완제품을 덥석 내놓은 건 위험한 일이에요. 미출시 제품만 참여할 수 있는 크라우드 펀딩은 꼭 필요한 검증단계 중 하나지요. 시장반응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까요. 펀딩은 620%를 달성했고요. 나아가 글로벌 진출도 생각하고 있기에 이후에는 일본 마쿠아케, 미국 킥스타터와 인디고고 등의 글로벌 크라우드 펀딩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1인기업으로서 혼자 만들고 준비한 것치고 현재로선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입니다.



# 대표님의 행보는 인생이모작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큰 깨달음을 주는 것 같습니다. 더 조언해주실 부분이 있을까요?

중요한 건 2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한 인생이모작을 위한 준비작업과 인맥 관리. 준비는 길게 보면 10년 정도는 천천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인맥 관리도 잘 관리해놓아야 사업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 우연한 계기에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돼 평소 지인들을 챙겨왔는데, 그게 이번 사업 성공에 한몫했다고 봅니다. 그 기간까지 더하면 10년 이상 준비한 거나 마찬가지예요. 사업을 위한 관리는 아니었지만, 결국 그분들이 멘토가 되어주셨고 자문을 구하는 데도 도움을 주셨지요. 또 메이커로서 제품을 만드는 데 자신 있다고 해도 꼭 크라우드 펀딩 등을 거쳐 검증 받을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아이디어와 제품이 있어도 판매로 이어지지 못하면 안 되니까요.



# 오랜 준비와 인맥 관리가 결코 쉬운 건 아닐 텐데요. 메이커로서의 재능이 있어도 이를 사업화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은 거군요.

불편한 데서 아이디어가 시작되고 그걸 해결할 제품을 만드는 게 메이커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여기까지는 가능해요. 누구나 메이커로서의 자질은 있으니까요. 실현하느냐 못하느냐는 타인들의 공감을 얻느냐 마느냐겠죠. 아이디어가 있다면 제품을 직접 그려보고 장단점을 한번 써보세요. ‘이건 세상에 왜 필요할까?’ ‘어떤 사람에게 필요할까?’ 등을 정리해 나가다 보면 또 다른 방법을 찾게 되고 사업화에 대한 새로운 눈도 생기면서 10년의 준비기간이 훌쩍 지나가 있을지 모릅니다. 맞아요. 쉬운 건 아니죠. 그러니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제품 개발부터 디자인, 카피까지 거의 대부분을 스스로 만들어냈다고 한다.
제대로 잠 못 자던 하얀 밤을 숙면으로 까만 밤으로 만들어준다는 문구가 재미있다.



# 현재의 사업과 관련해 새로운 목표가 있으신가요?

제품이 많다고 사업이 성공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아이템을 크게 늘리진 않을 생각입니다. 다만, 지금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로 제작해 여행용으로도 출시할 계획은 있습니다. 또 앞서 글로벌시장에도 진출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이를 위해 올해 말쯤 미국 월스트리트 광고판에 광고를 할 계획도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차분하게 표현하는 홍성돈 대표의 말 속에는 뛰어난 전략과 꾸준한 노력이 꽉 들어차 있었다. 쉽게 표현하지만 늘 지키기 어려운 일, 준비하고 공부하고 관리하는 그 쉬운 걸 꾸준히 해냈다는 게 그의 가장 큰 차별점일 것이다. 달인의 노하우는 공개됐다. 이제 남은 건 이를 실천해내는 메이커들의 한걸음과 꾸준한 노력이다. 그렇게만 한다면 지금부터 준비해 10년 후… 성공적 인생이모작은 반드시 실현될 것이다.




글. 강숙희 / 사진. 김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