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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메이커 교육의 ‘교과서’를 쓴 실비아 마르티네즈에게 듣다
등록일 : 2019-02-24 12:05:39 조회수 : 308

메이커 교육의 교과서로 알려진 <메이커 혁명, 교육을 통합하다(원제: Invent to Learn)>의 공동 저자이자 지난 2018년 11월 방한해 ‘글로벌 인재포럼 2018’에서 ‘내일을 창조하는 메이커 교육’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 실비아 마르티네즈(Sylvia Libow Martinez). 20여 년간 학교 환경을 변화시키는 일을 해온 그녀에게 해외 메이커 교육의 경향 및 미래를 들어보았다.





# 대표님께서는 CMK Futures의 대표이자 FabLearn의 회원으로 활동 중인데, 이 두 단체를 통해서 메이커 교육 확산을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두 단체 소개와 더불어 구체적인 활동 내용을 알려 주신다면?

<Invent to Learn>의 공동 저자인 게리 박사와 함께 ‘CMK Futures’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교육자의 미래학습 기획을 위한 전문도서 발행과 전문도구를 개발하는 곳인데, 교사 연수, 학교 컨설팅, 연구 등의 일도 하고 있지요. 이 발행된 이후 많은 교사들이 본인들의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연락을 해오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발행된 10권의 책 모두 현직 교사들이 메이커 교육을 현장에 적용한 사례를 엮은 책입니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로그램은 ‘Constructing Modern Knowledge’라는 이름으로 매년 여름에 진행하는 교사 연수입니다. 사람들은 눈으로 직접 보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 연수는 강의식 진행이 아니라 참여 교사들이 직접 해 보면서 배우도록 구성돼 있습니다. 참여한 교사들에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교사들이 먼저 경험해 보고 ‘이걸 학생들과는 왜 못해?’라는 생각의 전환을 꾀합니다.




‘Constructing Modern Knowledge’ 교사 연수 모습



또 FabLearn은 콜롬비아 대학의 파올로 블릭스테인(Paulo Blikstein) 교수가 주도해서 만든 전 세계 메이커 교육 선구자들의 네트워크입니다. 메이커 교육이 K-12 교육(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스며들 수 있도록 연구하고 사례를 모으는 일을 하며, 이 움직임에 동참하는 교육자들을 2014년부터 펠로우(fellow)로 선정해 오고 있습니다. 저는 고문으로서 펠로우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FabLearn의 전 세계 네트워크 (출처: FabLearn 홈페이지)



일본, 타이완, 태국 등 아시아에도 펠로우들이 있는데요, 아시아에서는 태국을 우수 사례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시골 지역의 농부부터 교사까지 모두가 메이커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실험을 하고 모임을 주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태국의 펠로우는 ‘FabLearn 컨퍼런스’에 교육자들을 모두 데리고 올 정도입니다. 매년 열리는 FabLearn 컨퍼런스는 메이커 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서로 연결하고 이들의 스토리를 퍼뜨리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대표님께서는 원래 교육자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메이커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요?

학창시절 나는 교사의 말을 잘 듣는 좋은 학생이었지요. 수학, 과학 등의 과목들이 재밌어서 스스로 찾아가면서 공부했고, 이것들이 어떻게 현실에 적용되는지 궁금했기 때문에, 엔지니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연구해 보니 학교에서 배운 수학, 과학이 너무 구식이었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들이 현실에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 너무 불공평하지 않나요?
메이커 교육은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던 교육 형태입니다. 저는 학교가 좀 더 학생 친화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메이커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더욱더 현실 세계에 기반한, 직접 해 보는 실습 위주의 수업으로 변해야 합니다.



# 앞서 잠시 언급했듯 대표님께서는 2013년 <Invent to Learn<이라는 책을 내셨는데요, 어떻게 책을 쓰게 되었나요?

학생들에게 권한을 주고(empowering), 이들이 실제적인 배움(authentic learning)을 경험할 수 있게 학교 환경을 변화시키는 일을 벌써 20년간 해왔습니다. 20년 전에는 ‘메이커 교육’이라는 말도 없었습니다. 초기에 내가 했던 일들은 특히 STEAM 교육의 일환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최신 기술에 접근 가능하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사들의 티칭 방식을 바꾸고, 학교 커리큘럼 컨설팅을 해주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변화를 시도하는 다양한 학교, 교사들을 만나다 보니 이런 사례를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현장에서 무언가 끊임없이 시도하고 바꿔내고 있는 교사들은 바쁘기 마련입니다. 그들은 학생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저의 역할은 그러한 사람들의 스토리를 발굴하고 퍼뜨리는 것입니다. 이 책은 실제 학생들의 프로젝트를 통해 아이들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강의 중인 실비아 마르티네즈의 모습



# 미국 내에서 메이커 교육으로의 변화는 어느 정도 진행됐나요? 특히 오바마 정부 때 메이커 운동, 메이커 페어 등이 한창 강조됐는데 지금 분위기는 어떠한지요?

오바마 정부 때는 실제 교육 관계자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하는 일도 있었고, 메이커 교육을 장려하는 협의체도 있었습니다. 현 정부에서는 기존만큼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진 않지만, 그렇다고 메이커 교육의 중요성이 약화되지는 않았습니다. 메이커 운동은 교육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창조적인 무언가를 만들어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학교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학교들은 영리하기 때문에 정부의 기조에 따라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교육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고들 하는데, 변화를 만들어 가는 학교들과 함께 지난 5년간 메이커 교육 운동은 강화되고 있습니다. 사실 ‘메이커 무브먼트’와 ‘학교에서의 메이커 무브먼트’는 다릅니다. 이미 비즈니스 업계에서는 혁신의 한 방법으로 린(lean) 스타트업 모델, 프로토타이핑, 3D 프린터로 시제품 만들기, 파일럿 프로그램 운영 등이 일상화됐습니다. 학교에서의 메이커 무브먼트는 비즈니스 업계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메이커 무브먼트를 보면서 영감을 받은 것입니다. 메이커 교육은 학생들에게 창업 기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수업이 운영되는 방식, 지식을 배우는 방식의 혁신을 의미합니다.



# 창의 인재 양성과 메이커 교육의 상관관계를 설명해 주신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중요한 역량으로 창의성이 강조됩니다. 하지만 창의성은 단순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기술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 것인지 숙고하는 단계에서부터 발휘됩니다. 메이커 교육은 학생들에게 배움의 주도권을 돌려주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의미를 발견하고 지식을 창조해 내는 행위입니다.
메이커 교육을 STEAM 과목 교사들만 수업에 적용하는 건 아닙니다. 어떤 역사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메이커 교육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암기하는 수업이 아니라, 교과서 지식을 현재에 적용해보고 만들어보는 수업 환경을 조성하는 식으로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역사적 기념물에 대한 수업을 할 때는, ‘기념물을 만드는 행위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하고, 각자 대표하고 싶은 인물이나 사건을 직접 원하는 기념물의 형태로 만들어 보게 하는 것입니다. 강조하건대, ‘지금 배워서 나중에 쓰자’의 교육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지식은 지금 필요합니다. 오늘 배웠으면, 오늘 적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STEAM 과목 교사들에게만 메이커 교육 교수법이 필요한 게 아니다



#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호기심이 많고 학생들 중심에서 생각하는 교육자들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흥분되는 일입니다. 우리가 함께 모이면 변화는 만들어집니다. 작년 11월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8’에 초대되어 한국을 방문한 적 있습니다. 테이블이 꽉 차도록 여러 예비 교사들을 데리고 온 교수가 있었는데, 그는 교육 혁신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탑다운(Top-Down) 시스템 아래서 어려울 거라고 하는데, 시간이 걸릴 뿐이지 바뀔 것입니다. 변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됩니다. 학생들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보여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믿게 될 것입니다.




‘글로벌 인재포럼 2018’에서 발언 중인 실비아 마르티네즈



<Invent to Learn>의 개정판이 미국에서는 출판됐습니다. 한국에서도 올해 안에 나올 것입니다. 초판 발행 후 6년이 지났으니 더 많은 사례가 쌓였습니다.
모든 페이지가 업데이트됐다고 보면 됩니다. 다양한 사례와 사용할 수 있는 기술 및 프로그램 예시가 추가됐지만, 핵심 뼈대를 이루는 교수법 부분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미 여러분들은 충분히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제 실천에 옮길 때입니다!




글. 김하늬(유쓰망고 대표) / 사진. 실비아 마르티네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