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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아이들이 ‘만들어갈’ 세상을 ‘교육’으로 이끄는 영등포고 김주현 교사
등록일 : 2019-02-24 12:14:10 조회수 : 1,088

학창시절 오랜 방황 끝에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내고, 이를 교육으로 연결해 현재는 조금 독특한 방법으로 아이들을 이끌고 있는 서울 영등포고등학교 김주현 교사. 최근 교내에 메이커 스페이스 Camp51.9를 오픈, 더 활발하게 메이커 교육을 실천하겠다는 그를 만나 진정한 메이커 교육의 의미와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 학교에서 기술 교과를 가르치고 계신데요. 이 과목은 어떻게 선택하게 되셨나요?

학생 때부터 책상에 앉아 공부하기보다는 손이나 몸으로 하는 활동을 좋아했습니다. 대학에서도 공부 방식이 잘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대 후 복학하지 않고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런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문득 ‘이 일을 평생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죠. 그때 처음으로 공부의 필요성을 스스로 느끼며 복학을 결정했습니다. 평소 좋아하던 기술 교육을 부전공으로 선택해 임용고시를 통해 기술교사가 된 거죠. 한 번에 쭉 달려 온 게 아니라서 더 절실했습니다. 덕분에 더 진지하게 공부했고,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게 됐습니다.



# 지름길을 걸어오지 않은 만큼 느낀 바도 컸을 텐데요. 그때의 경험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영등포고등학교는 2008년 9월에 발령받은 저의 첫 학교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기술은 트렌드가 매우 빠르게 달라지는 분야임에도 제가 중학교 때 배웠던 내용 그대로더라고요. 5년쯤 지나면서부터는 이 일 자체가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때부터 교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기술 트렌드나 교육 리더들을 만날 기회를 찾았고, 다양한 미래기술과 새로운 교육방식을 적용해보려 노력했습니다. 늘 같은 길을 가는 것만이 성공의 지름길이 아님을 제가 직접 경험했으니까요.




김주현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 그 방법 중 하나로 수업에 메이커 교육을 접목하고 계시다고요. 구체적인 활동내용을 소개해 주세요.

당시 아두이노에 대한 관심이 높을 때여서 그걸 가르쳤어요. 그런데 매년 하다 보니 아이들의 결과물이 다 비슷하더라고요. 그때쯤 새로운 기술을 가르치는 게 메이커 교육이 아니란 사실을 또 깨닫게 됐습니다. 문제발견부터 아이데이션(Ideation)과 의사결정 그리고 피드백을 받고 만들어내는 과정 전체가 메이커 교육임을 알게 된 거죠. 특히 이 과정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공유하는 법을 배우기 때문에, 아이들이 교육을 넘어 삶에도 적용할 수 있는 지혜를 습득하게 되지요.
때문에 스스로 아이템을 정하고 팀을 꾸려, 서로 협업하고, 발표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솔루션을 찾아낼 수 있도록 지도했어요. 물론 처음부터 잘 따라온 건 아닙니다. 동기유발 영상도 보여주고 마인드맵으로 창의 교육도 하면서, 세상을 바꾸는 기술의 중요성과 실제 삶에서 많은 부분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지요. 시험문제도 정답을 맞히는 객관식이 아닌 스스로 활동한 내용을 쓰는 서술형으로 바꾸었습니다. 실제 본인이 활동한 내용을 쓰는 것이라, 시험시간에 찍고 자는 아이들은 한 명도 없답니다.




2018년에 펼쳐진 영등포고등학교 메이커톤 모습



# 아이들이 어떤 것들에 관심이 많던가요?

정말 다양합니다. 피아노 계단을 만들기도 하고요. 손난로나 팔씨름 기계도 만들어요. 또 축구공을 차면 축구화의 어느 부분으로 찼는지 색이 바뀌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도 준비 중입니다. 이를 보면서 아이들의 관심 분야가 정말 다채롭다는 걸 알게 됐어요. 물론 반대로 모두 이런 방식을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그게 바로 다양성인 거죠. 그래도 기술 교과 외에 동아리를 조직해 저에게 지도교사를 맡아달라고 하는 아이들도 있어서 어느 정도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아노 계단을 만들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 이러한 메이커 활동을 통한 아이들의 변화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저는 이러한 활동으로 아이들이 변화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미 가지고 있던 재능이 발휘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1학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요. 제 수업을 지켜보던 한 2학년 학생이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어느 날 키트로 제작하는 게 아닌 낡은 오토바이를 끌고 와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무척이나 고무돼 함께 해체하고 파이프도 달면서 자동차 시스템으로 변화시켜 나갔습니다. 결국 축제 때 아이들에게 선보일 수 있었고요. 그 자동차로 운동장을 한 바퀴 돌았지요. 이런 경험을 통해 그 학생은 자동차공학과로 진학해 매우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어요. 자신의 재능을 스스로 발견한 케이스예요.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잖아요? 교육의 진정한 목적이기도 하죠.




영등포고등학교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 모습



# 최근 영등포고등학교에 메이커 스페이스가 마련됐죠.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2018 메이커 스페이스 구축·운영 지원 사업’에 선정돼 메이커 스페이스 Camp51.9를 신규 오픈했어요. 사실 이 공간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작업환경이 좋지 않아 힘들었어요. 아직 오픈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불편했던 점들을 다 해소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공간이 뭐가 중요하냐”고 말할 수 있지만, 특화된 공간을 만들어냈다는 건 문제 해결의 한 방법이죠. 아마도 과학고가 아닌 일반고등학교에서 이런 공간을 만든 건 저희가 처음일 걸요. 많은 타 학교 교사들이 벌써부터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벤치마킹을 통해 올해는 이런 공간이 많이 생길 거라 생각합니다.




새롭게 조성된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학생들과 함께한 김주현 교사



# 앞으로 청소년 메이커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저도 메이커 교육을 통해 창의력, 의사소통능력, 비판적 사고력, 협업능력 등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툴(tool) 교육이 결코 메이커 교육이 아니니까요. 세상의 문제를 찾아내고, 이를 해결할 기회를 만드는 게 바로 메이커 교육입니다. 메이크(Make)란 단어를 생각해보세요.
법을 만드는 것, 음악을 창조하는 것도 모두 메이크예요. 개념이 엄청 크죠. 그것부터 이해되어야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습니다. 경험을 통해 지식을 만들고, 그것으로 더 좋은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 그게 메이커 교육의 궁극적 지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앞으로 살아나갈 방향에 씨앗이 될 것입니다.




김주현 교사는 스스로를 ‘무엇이든 시도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가 생각하고, 행하고 있는 메이커 교육은 결코 작지 않았다. 메이커 교육은 아이들이 행복한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일이었고, 교사는 이를 위해 그 방법을 함께 고민해 주는 사람이었다. 자신은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길을 찾았지만, 아이들은 조금 더 빨리 그리고 학교에서 그걸 찾아내길 희망한다. 이를 위해 그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해서 ‘교육’을 공부하고 ‘메이킹’하는 방법을 연구할 계획이다. ‘무엇이든 시도하는 사람’ 김주현 교사의 시도는 계속된다.



글. 강숙희 / 사진. 김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