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 읽을거리

[커버스토리]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가는, 비전화공방 서울
등록일 : 2019-02-26 21:50:52 조회수 : 370

메이커 문화가 우리 사회에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며 삶의 방식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 전기와 화학물질의 의존하지 않는 삶을 지향하는 비전화공방의 활동도 메이커 활동의 단면이다. 이들은 직접 만들고 사용하는 즐거움, 손을 쓰고 몸을 움직이면서 배우는 즐거움을 누리며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비전화공방의 활동은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며 삶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메이커 운동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비전화공방의 스태프로 활동 중인 이재은 매니저



Q. 비전화공방은 어떤 곳인지 소개해주세요.

A. 전기와 화학물질에 의존하지 않고 친환경적인 자급자족의 삶을 만들어가는 곳이자 내가 바라는 삶을 찾고 그걸 살아낼 힘을 키우려는 사람들이 함께 배우고 활동하는 공간이에요.
2017년 2월에 서울혁신파크 안에서 시작되었어요. 7명의 사업단 스태프들이 건축, 제작, 홍보와 교류, 행정 지원 등으로 나눠서 업무를 담당하는데, 일본 비전화공방의 후지무라 야스유키 선생의 활동을 프로그램화해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일부는 그의 지도를 토대로 사업단이 함께 하고, 또 어떤 부분은 비전화 제작자들(여기서는 참가자나 회원이라는 말 대신 ‘비전화제작자’라고 한다)의 아이디어로 움직이는 투 트랙으로 운영된다고 볼 수 있어요. 일본 공방을 모델로 배우고 실천하면서 우리에게 맞는 모습을 찾는 중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2017년부터 1년에 12명씩 비전화제작자를 모집해서 지금 24명이 활동 중인데 간단한 목공부터 건축, 농사, 판매까지 모두 직접 하고 있어요.




서울혁신파크 내에 자리잡은 비전화카페의 전경




볏짚으로 단열을 하고 석회를 발라 마무리한 비전화카페의 벽



Q. 일본 비전화공방을 국내에 도입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A. 한국에서 일본 비전화공방에 주목하게 된 건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인데, 일본 사회의 움직임을 주시하다가 비전화공방을 보게 된 거죠. 후지무라 선생은 특히 청년을 양성하는 과정에 대한 고민과 기술, 그리고 그 기술로 일을 만들어내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또한 소유와 소비를 줄이면서 더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한 고민과 일거리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요. 그후 서울시가 2012년부터 하자센터, 청소년 진로 프로그램 등에서 초청 강연을 진행 하던 중 비전화공방을 시도하게 됐어요.



Q. 단지 전기와 화학 물질이 없는 삶이라는 단순한 지향이 아닌 것 같은데요, 새로운 삶의 가치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A. 결국엔 내가 전기를 얼마나 쓰고 있는지,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자각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너무 당연하게 플러그를 꼽았을 뿐이지만 그 이면을 보면 내가 풍요롭게 누리고 있는 것들이 누군가의 희생과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지요. 전기와 화학 물질을 적게 쓴다는 건 하나의 모티브랄까,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소비하면서 어떻게 살아가는가? 당신은 어떻게 살고 싶은가? 이것이 주된 고민입니다. 여기에는 적정기술이 녹아 있고 귀농귀촌과도 연결되고 먹거리 및 도시 생태와 관련된 대안의 움직임과도 연동되고, 친환경 건축기법 등 많은 것들이 담겨 있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삶에서 주체가 되어 선택하는 것들이 비전화공방의 사례로 남지 않을까 생각해요.



Q. 비전화공방에서 직접 만들어 쓰는 것들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우선, 플러그가 없는 비전화카페는 건축 경험이 없는 제작자들이 직접 만든 곳입니다. 터를 닦고 틀을 짜고 서까래 올리기까지 모두 1기 제작자들이 손수 해낸 겁니다. 특히 볏짚을 압축한 스트로베일 공법으로 단열을 하고 석회를 발라 마무리한 벽은 두께가 60센티미터 정도 되는데, 여기에는 ‘자연은 곡선’ 이라는 가우디 건축 정신과 후지무라 선생의 방침이 녹아 있어요.
사람들의 호응이 참 많은 건 비전화정수기인데요, 1.8리터 유리병에 야자껍질 활성탄을 채워 수도꼭지에 연결해서 바로 사용할 수 있어요. 또 태양열식품 건조기, 빵 굽는 돌가마, 음식물 퇴비통인 콤포스트까지는 만들어 쓰고 있고, 앞으로 제습기나 로스팅기, 착유기 같은 것도 만들 예정입니다.




비전화공방에서 만든 비전화 정수기와 로스팅기



Q. 기술을 익히는 것 외에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활동들도 소개해 주세요.

A, 먹거리 자립을 위해 작년 10월부터 암탉을 키우기 시작했어요. 닭장도 햇빛과 창 등 자연의 에너지를 그대로 활용한 패시브 솔라 공법으로 제작자들이 직접 만들었지요. 닭을 함께 키운다는 연대감과 닭이 낳은 계란으로 함께 요리를 해먹는 활력도 느끼고 사람과 함께 순환하는 구조를 배울 수 있지요. 또 농사도 지어요. 뿌리채소와 곡류를 심었고 올해는 양파와 마늘 농사를 지으려고 지금 싹트기 준비 중이에요.
이외에 일을 개발하는 것이 비전화공방의 주요 과제라 할 수 있어요. 소규모 창업이라고 이해하시면 되는데, ‘한 달에 30만원 벌기’가 목표에요. 일본 공방의 ‘3만엔 비즈니스’의 모토인 30만원으로 한 달 살기 개념입니다. 돈을 많이 버는 게 목표가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만큼 벌고, 나머지 여유 시간은 내 삶을 충만하게 하는 활동들에 쓰자는 것이죠. 작년 11월 17일에 2기 제작자를 중심으로 혁신파크 앞에서 열었던 장터가 하나의 사례에요. 민들레 뿌리를 덖어서 커피맛이 나는 민들레커피를 만들고, 작은 화덕을 만들어서 바움쿠헨 같은 독일식 빵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 해먹을 만들어 팔고…. 자기 제품을 만들어서 장터에 선보여 사람들과 만나면서 1년 과정을 토대로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계획하고 있어요, 앞으로 자급자족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직접 준비하는 것 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햇빛과 창 등 자연의 에너지를 그대로 활용한 패시브 솔라 공법으로 만든 닭장




비전화공방에서 운영하는 농장



Q. 주요 사업 중 비전화 제작자들을 모집해 교육하는 ‘함께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 주세요.

A. 비전화공방은 청년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공간이라서 만 19세부터 39세까지로 나이 제한이 있어요. 그리고 체력을 중시해요. 하나하나 직접 만들고 고치고 키우고 해야 하니까요. 아직은 초기이고 여러 가지 여건상 주 5일을 아침 10시부터 5시까지 출퇴근 형식으로 진행합니다. 월요일에는 ‘한 주 열기’로 일주일을 계획하고,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오후에는 목공, 건축, 농사 활동을 합니다. 금요일은 ‘한 주 닫기’로 일주일을 돌아보고 책 읽기를 하고 있어요.
1기 제작자들 12명 가운데 10명이 여성이었고, 2기는 남성 7명 여성 5명이었는데 중간에 그만 둔 분은 없었어요. 현재는 따로 내야 하는 참가비나 부대비용은 없어요. 함께 만들고, 농사를 짓고 닭을 키워 얻은 수확물로 점심도 해먹거든요.
함께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마치 이후 실제로 자립하는 삶에 도전하는 회원들도 있습니다. 지방에 내려가서 살고 싶다던 제작자 한 분은 ‘야생초 편지’를 쓰신 황대건 선생님과 함께 영광에서 살아가고 있고, 강화도에서 다시 배를 타고 들어가는 보름도라는 섬에서 농사짓는 분도 있고, 다른 지역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열어보고 싶다고 탐색 중인 분도 있어요.



Q. 비전화공방과 메이커들 간의 접점이 있다면 어떤 점일까요?

A. 저희가 배울 게 많아요.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팀에게 용접이나 전기 수업을 듣고 있고, 해마다 전환기술전람회 ‘나는 난로다’를 열고 있는 전북 완주의 기술전환사회적협동조합으로 찾아가 배우기도 하고, 이미 한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메이커들의 실험, 기술들과 융합하지 않으면 어렵거든요. 함께 배우고 들여다보면서 같이 가야 될 것 같습니다. 비전화공방에서 운영하고 있는 비전화카페도 메이킹의 산물이 아닐까 생각해요. 비전화카페는 11월 17일에 오픈 해서 12월 31일까지 운영했고 재정비 시간을 가진 후 3월에 다시 오픈할 예정입니다. 핸드 로스터기로 로스팅한 커피로 내리는 사이폰 커피는 쓰레기가 전혀 안나오는 커피 추출기법을 이용해요. 모든 메뉴를 손으로 만들고, 생두 빼고는 모두 혁신파크 안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로 만들어요. 안에서 키운 모과로 차를 만들고 곡물로 스프를 만들고 있습니다.




비전화카페 내부 전경



비전화공방에서는 비전화제작자 1기와 2기의 활동을 지속하고 확장시켜 나갈 예정이며 앞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될 3기부터는 생산한 것을 어떻게 활용 할지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 보겠다고 한다. 또한 매 기수마다 제작자 12명만 양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사회 속으로 뻗어나갈 가능성, 그 씨앗으로서의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다짐한다.



글 /최지영 사진 /김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