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 읽을거리

[Maker’s trend] 아이디어 창작소 도깨비의 폐플라스틱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소중한 플라스틱, 아끼고 또 아껴쓰자!
등록일 : 2019-07-11 16:10:48 조회수 : 50

해마다 3억 톤씩 생겨나 발끝에서 굴러다니는 천덕꾸리기, 버려도 수백년을 썩지 않는다는 전지구적 골칫덩어리로 여겨지는 이것. 처치 곤란의 이것은 바로 폐플라스틱이다. 그런데 석유가 고갈되는 날이 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더 이상 플라스틱의 생산도 불가능해지면 ‘한 방울’의 플라스틱이라도 아껴 써야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래서 ‘소중한’ 플라스틱이라고 말하는 곳들이 있다. 도하시하에서 운영하는 아이디어창작소 도깨비도 그중 한 곳이다. 이곳에서는 지난해부터 폐플라스틱 업사이클링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아이디어 창작소 도깨비의 입구와 내부 전경




아이디어 창작소 도깨비 사무실 전경



1950년대 이래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 양이 83억t에 달한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이중 재활용 비율은 9%에 불과하고 79% 정도는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언젠가는 그 버려지는 79%를 경쟁적으로 채굴해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상상을 해보자.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는 이런 아이디어를 현실로 바꾸는 활동이다.


# 현재 진행 중인 폐플라스틱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분쇄하고 녹여서 새로운 물품을 만들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2013년 네덜란드에서 데이브 호켄스(Dave Hakkens)라는 청년이 처음 시작한 ‘Precious Plastic Project’라고 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인데 저희는 2018년부터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분쇄기 제작은 완성한 상태이고 현재는 플라스틱을 녹여서 뽑아내는 사출기를 제작 중에 있습니다. 기계 조립은 되었고 온도 테스트 중이에요. 폐플라스틱은 종류에 따라 녹는점이 달라서 온도 맞추기가 아주 까다로워요.




폐플라스틱 재활용 프로젝트



# 이런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가 있나요?

공장에서 대량으로 플라스틱을 녹여 재활용하는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폐플라스틱을 소중한 자원으로 인식하기 어려워요. 만약 누구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기기가 집에 하나쯤 있다면 어떨까요. 플라스틱 공병 하나가 어떤 제품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직접 보게 된다면 폐플라스틱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입니다.
Precious Plastic Project의 취지도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누구나가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계를 제작해 보자는 것입니다.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면 만들기의 성공을 알리는 깃발들이 수없이 꽂힌 세계지도가 있어요. 깃발이 늘어날수록 폐플라스틱에 대한 인식도 변하겠지요.




공작실에 마련된 안전장비(좌), 아이디어 창작소 도깨비에서 제작해 상품화 한 작품들(우)



# 이 프로젝트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지요?

제작 과정을 유튜브에 올렸더니 신기하게도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호수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수거하는 보트를 개발 중인 개발자가 찾아 온 적도 있어요. 수거한 쓰레기를 다시 휴지통에 버리면 또 쓰레기밖에 되지 않잖아요. 이것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가 우리 동영상을 보고 연락을 주셨어요.
농산물 유통 기업의 직원도 찾아오신 적이 있습니다. 농산물 유통과정에서 매일 톤 단위의 폐플라스틱이 발생한다고 해요. 그래서 이를 재활용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들어 보라는 사장님의 미션을 받고 찾아오셨어요. 이처럼 동영상을 보고 실제로 찾아오는 분들이 있을 정도면 이 프로젝트에 공감하는 분들은 훨씬 더 많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진장민 대표(왼쪽)와 직원들





# 폐플라스틱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메이커스페이스 운영에도 영향을 미치나요?

20여 년 가까이 시제품을 만들어 거래처에 납품하는 ‘기업대상 메이커업’을 하다가 2017년 도깨비라는 메이커스페이스를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메이커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아이디어를 함께 현실화시킬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폐플라스틱 프로젝트가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은 아니지만 굉장히 의미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만든 결과물이 주변을 변화시킬 수 있을 때 진정한 메이커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기가 완성되고 나면 일반인들이 실제 사용해 볼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아이들이 자기집의 못 쓰는 플라스틱 용기를 가져와서 실제로 분쇄하고 녹여서 작은 액세서리라도 하나씩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럴 경우 아이들도 플라스틱 통을 볼 때마다 ‘저건 쓰레기가 아니라 재활용해야 하는 자원’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프로젝트가 더 많은 사람들의 아이디어에 힘입어 실제로 가정용 폐플라스틱 재활용기기가 만들어지고 그게 집집마다 하나씩 있다고 상상해 보면 가슴이 벅차지요. 폐플라스틱 처리문제를 큰 기업보다 훨씬 더 잘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디어 창작소 도깨비에 마련된 장비들





# 폐플라스틱의 업사이클링이 우리 주변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플라스틱 컵이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컵이 제 쓰임새를 다하고 나면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대신 분쇄기에 집어넣어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재료가 될 수 있어요. 또 폐플라스틱을 녹여 각목형태나 판넬 형태로 만든 후 내가 필요로 하는 의자를 제작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때 발생하는 자투리 플라스틱을 다시 분쇄기에 집어넣으면 재료의 소모가 거의 발생하지 않게 됩니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유럽에서는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3D 프린터실





# 폐플라스틱이 너무 많아 환경문제가 생기는데 ‘소모되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나요?

언젠가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아주 인상적인 작품을 본 적이 있어요. 폐플라스틱을 녹여 금괴처럼 만들어 쌓아놓은 작품이었어요.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폐플라스틱의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플라스틱은 석유로 만드는 물질입니다. 그런데 머지않아 석유가 고갈되고 나면 더 이상 플라스틱은 생산할 수 없게 됩니다. 그때가 되면 뭐든지 만들 수 있는 플라스틱은 매우 한정된 자원이 될 것입니다. 폐플라스틱의 재활용은 불가피해지겠지요. 플라스틱의 가치가 금괴처럼 되는 것도 상상해 볼 수 있고요. 환경오염의 주범처럼 여겨지는 폐플라스틱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물론 그때가 되면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이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해 있을 것입니다.



# 폐플라스틱 업사이클링을 통해서 추구하는 바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일단은 올해 내로 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여 폐플라스틱의 수집, 분쇄, 사출, 재활용의 사이클이 완성시키는 것입니다. 그 후에는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좀 더 좋은 아이디어를 모으게 된다면 새로운 버전의 재활용 기기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과정의 반복을 통해 더 콤팩트하고 포터블하게 만들어 가정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상용화시켜 나가고 싶습니다. 머지않아 폐플라스틱의 분쇄, 사출, 재활용의 사이클을 집집마다 실현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끝으로, 도깨비에서 진행 중인 ‘아이디어를 현실로’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세요.

올해 초, 중학생 11명을 데리고 ‘아이디어를 현실로’ 메이킹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아이디어 단계 때 무엇을 만들어 현실로 만들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기성 메이커들은 상상도 못했던 생각들이 쏟아져 나왔어요. 최종적으로 뽑기기계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채택되었는데 제작방식조차도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방식을 따르지 않았어요. 덕분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되는 뽑기기계가 완성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드는 모든 비용은 도깨비에서 부담하는 대신 결과물을 상품화하여 수익이 발생하면 배분할 예정입니다.
메이커스페이스라는 공간에서 아이디어로 만든 것이 실제로 팔려 수익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면 앞으로 메이커스페이스를 활용하는 사람들도 점점 더 늘어나게 되고 메이커스페이스의 활동도 점점 더 활성화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진장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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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편집실 / 촬영. 김재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