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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 스페이스] 공예와 영화가 만나는 시공간 ‘뮬룸스튜디오’
등록일 : 2019-11-04 10:26:56 조회수 : 391

 

공예와 영화가 만나는 시공간

뮬룸스튜디오

 

 

 

 

꼭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메이커가 될 수 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창의적인 방법으로 실현하고, 그 결과물과 지식, 경험을 다른 이들과 공유한다면 누구나 메이커가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작은 공방도 메이커 스페이스가 될 수 있다. 칠보공예 작업 공간 뮬룸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영화공예가라는 이색적인 타이틀로 자신을 소개하는 이보현 작가가 그렇다. 그의 작업 공간과 제작 도구를 면면히 살펴본다.

 

 

 <뮬룸스튜디오 전경>

 

 

# 공예, , 영화문화가 어우러진 공간

 

Q. 입구에 아뜰리에 몽마르뜨라고 써있는데, ‘뮬룸스튜디오와는 어떤 관계인가요? 또 영화공예라는 창작 활동도 다소 생소해요.

A. 우선 이 공간에 대한 명칭을 정리해야 할 것 같아요. 이곳은 조각가 친구와 제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정식 명칭은 아뜰리에 몽마르뜨예요. 제가 칠보공예 제품 브랜드 뮬룸을 운영하고 있어서 관련 수업을 진행하거나 외부에 출강을 갈 때는 뮬룸스튜디오’, ‘뮬룸클래스라는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이곳에서는 주로 개인 작업을 하면서 칠보공예에 관심이 있는 수강생들과 수업을 진행해요. 그래서 개인 작업 공간과 수업 공간이 구분되어 있어요.

가끔씩 공예 활동과는 별개로 미술에 관심 있는 분들과 함께 예술 서적 읽기 모임도 갖습니다. 서양미술사나 미술평론가의 책을 읽고 나누는 모임이죠. 간혹 독서 모임 팀에 공간을 대여하기도 하고요.

또 벽면에 설치한 스크린으로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는데요, 2주 혹은 한 달에 한 번 제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블로그를 운영한 지 8~9년이 됐는데,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만나는 것이 제게는 익숙하고 또 아주 잘 맞아요. 앞으로 이런 시간을 더 발전시켜서 영화공예 수업을 구체화하려고 계획 중이에요. 한 달에 한 편씩 함께 영화를 본 후 이야기를 나누고, 인상적인 장면이나 대사 등 각자의 마음에 상징적으로 와닿은 것들을 찾아서 칠보로 표현해보는 거죠. 원데이클래스로 몇 번 진행했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커리큘럼으로 준비해보려고 해요.

 

 

# 깊고 오묘한 칠보의 빛과 색을 더하는 시간

 

 

 

 

 

Q. 이 공간에는 주로 어떤 분들이 찾아오시나요? 칠보공예에 필요한 작업 도구들과 어떤 과정을 거쳐 결과물이 나오는지도 궁금해요.

A. 이곳을 찾는 분들의 연령대는 매우 다양해요. 20대 대학생부터 30대 커플, 50대 어머니까지 나이와 관계없이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관심 있는 분들이 오시죠.

칠보공예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프랑스 등 전 세계적으로 오래 쓰인 공예 기법 중 하나예요. 칠보는 일종의 유리질인데, 가장 큰 특징이 광택과 빛깔이에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반짝반짝 광택이 나는 에나멜이 바로 칠보예요. 고온의 가마에서 유약을 녹여 구운 것이기 때문에 빛깔에 깊고 오묘한 느낌이 서려 있어요. 오래 전부터 귀하고 값진 재료로 각광받은 이유가 여기 있어요.

 

 

   # 과정과정마다 손길이 필요한 칠보공예

 

 

 

 

 

 

 

Q. 칠보공예에 필요한 도구와 만드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칠보공예를 하기 위해서는 금속판, 유약(칠보가루), 가마 등이 필요해요. 우선 원하는 모양의 금속판을 만들려면 작업대, , , 핸드피스, 니퍼, 집게 등의 기본 연장이 있어야 해요. 물론 칠보공예를 체험하는 수강생들이 직접 금속을 다룰 필요는 없어요. 제가 미리 가공한 금속판을 준비해두거든요. 금속판 위에 다양한 색깔의 유약을 사용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든 후 730~780도의 가마에 넣어 굽죠. 저희가 가지고 있는 가마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칠보가마 중에 가장 큰 사이즈예요. 도자기와 달리 칠보를 굽는 시간은 1~2분이면 충분해요.

 

 

<칠보그릇. 적동에 칠보, 포셀린으로 마감.>

 

 

대표적인 칠보공예 기법으로는 올리기 기법, 뿌리기 기법, 연필 기법, 후리트 기법, 전사 기법 등이 있어요. 올리기 기법은 물에 적신 유약을 붓이나 다른 도구를 이용해 금속판에 올린 후 가마에 구워 붙이는 작업이에요. 뿌리기 기법은 건조된 상태의 유약을 망채에 넣고 두드려서 금속판 위에 가루 형태로 올려주는 과정이고요. 연필 기법은 반질반질한 표면을 숯돌로 갈아낸 후 연필로 이미지를 그리고 가마에 넣었다 빼서 굳히는 작업이에요. 양감이 있는 결정 형태의 유약을 올려서 굽는 것은 후리트 기법이라고 해요. 전사 기법은 가마에 구워도 타지 않는 특수 처리된 프린트를 유약 위에 놓고 입히는 방법이에요.

 

 

# 나만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다양한 방식

 

 

 

 

Q. 칠보공예 작품과 결과물을 어떤 식으로 공유하고 있나요? 메이커로서 활동하는 또 다른 프로젝트나 프로그램이 있나요?

A. 뮬룸스튜디오의 제작 활동은 블로그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요. 제 작품과 수강생들이 만든 결과물을 작업일지와 수업일지 형식으로 블로그에 올리죠.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었는지, 어떤 기법을 사용했는지 등을 가감 없이 공개하는 편이에요. 다른 분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크거든요. 제가 올린 것들을 보고 흥미가 생겨서 나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분도 계실 테고, 또 제가 기록으로 남긴 사진이나 영상이 누군가가 궁금해 하는 기술이나 방법일 수도 있잖아요? 그분들에게는 꼭 필요한 자료가 될 수도 있겠죠.

 

 

# 구석구석 움직이는 경기공방의 메이커

 

Q. 경기공방의 메이커로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A. 현재 공예 작업 외에 구석구석 움직이는 경기공방의 메이커로 활동하고 있어요.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 진행하는 경기공방학교라는 사업이 있는데, 거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에요. 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에서 공예 매개 인력이라는 사업을 운영하는데, 공예MD, 큐레이터, 에듀케이터로 나눠서 석 달 동안 교육하는 과정이에요. 저는 에듀케이터 수강생으로 선발돼서 두 달째 수업을 듣고 있어요. 작업 공간을 어떻게 운영하고, 커리큘럼을 어떻게 개발할지, 수강생에게 적합하게 가르치는 방법 등에 대해 배우면서 커리큘럼 개발과 수업을 병행하고 있는데 뮬룸스튜디오운영에도 큰 도움이 돼요.

곧 열릴 12월 단체전과 내년 2월 개인전 준비로 바쁘지만, 이곳에서 영화를 매개로 무언가 만드는 활동은 꾸준히 이어나갈 예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