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 읽을거리

[메이커문화] 점자로 쓰는 세상과 연결고리
등록일 : 2018-01-02 01:33:26 조회수 : 1,645

 

점자로 쓰는 세상과의 연결고리
시각장애인을 위한 모바일 디바이스를 만드는 Braille T, 이가람 메이커

 

 

시각장애인에게 점자가 필수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들이 점자를 익히기까지의 과정을 아는 일반인은 얼마나 될까? 점자가 없다면 하얀 백지처럼 살아야 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점자는 꼭 필요한 문자이지만 이것을 배우고 가르치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이런 불편함에 주목한 메이커들이 있다. 바로 Braille T(Braille Tutor)다. 컴퓨터와의 상호작용을 공부하는 다섯 명의 대학원생은 Braille T라는 이름으로 팀을 짜고, 점자 교육을 쉽게 할 수 있는 모바일 디바이스를 만들었다. 이 디바이스가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주목받았고, 팀원들은 장애인 교육 부문의 메이커로 급성장 중이다. 이토록 훈훈한 창작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Braille T의 이가람 메이커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 Braille T 팀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Braille T의 이가람 메이커입니다. Braille T는 Braille Tutor의 약자로 점자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Braille T 팀원들은 저를 포함해 모두 대학원에서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를 전공하는 학생들입니다. 컴퓨터 인터랙션이라는 학과 특성상 개발, 디자인, 기획 등 여러 분야의 학생들이 모여 있고, 다양한 분야의 팀을 이뤄 프로젝트를 자주 진행하곤 합니다.
지금 Braille T의 팀원은 총 5명인데요. 저는 기획을 맡고 있고 개발팀원 3명, 디자인팀원 1명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개발팀원 중 2명은 외국인입니다. Braille T의 팀장 격인 루이스(Luis)가 관심사가 같은 친구들에게 함께 팀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해 시작됐습니다.

 

 

 

2. Barille T는 모바일 디바이스를 활용한 점자 교육 도구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도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보통 점자를 쓸 때 점자판에 종이를 끼워 누르고, 누른 종이를 뒤집어 새겨진 점자를 읽습니다. 쓰는 것과 읽는 것의 방향이 반대인 거죠. 이렇다 보니 점자를 쓰는 동안은 글자가 틀렸는지, 잘 쓰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점자를 배우는 동안은 옆에 일대일로 선생님이 코치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요.
저희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는 점자 교육용 모바일 앱과 점자판을 함께 개발했습니다. 모바일 앱을 설치하고 3D 프린팅해서 만든 슬레이트 마스터(점자판)를 핸드폰에 끼운 다음 터치펜으로 화면에서 누르며 점자 연습을 하는 도구입니다. 글자가 틀리면 어떻게 틀렸는지 소리가 나고, 점자 코드를 어떻게 눌러야 하는지도 소리로 알려줍니다. 선생님의 코치가 없어도 혼자 자유롭게 점자 연습을 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3. 기발하면서도 실용적인 제품이라고 느껴집니다. 모바일 디바이스를 이용한 아이템 중에 어떻게 점자 교육 도구를 만들게 됐나요?

 

처음부터 저희가 점자 교육 도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에요. 일단 팀을 구성하고 무엇을 만들지 고민하는 단계에서 모바일 기술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만들어보자고 의견을 모았어요.
그래서 장애인복지관에 여러 번 찾아갔습니다. 복지관의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점자 배우기의 어려움을 알게 됐죠. 시각장애인이라면 점자 없이 살기 정말 어렵잖아요. 그런데 배우는 단계부터 어려움이 많으면 얼마나 막막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점자 교육을 쉽게 할 방법을 고민해봤어요. 일반인들은 모바일 앱을 받아 이것저것 배우는 데 능숙하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몹시 어려운 일이죠. 모바일 시장에서도 일반인을 위한 기술개발은 활발하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연구는 부족한 편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여러 번의 회의 끝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디바이스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4. 아이템 개발이나 개선이 필요할 때,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는 편인가요?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마다 우리가 만들 제품과 관련된 분들을 최대한 많이 만났습니다. 직접 인터뷰를 하면서 듣게 되는 이슈를 모아 정리하고 그 안에서 개선점이나 아이디어를 찾습니다. 이 제품을 사용하게 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니까요.

 

 

5. Braille T는 메이커페어 하노버에 초청받아 전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장의 반응은 어땠나요? 메이커페어에 참여한 소감,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알려주세요.

 

2017년 8월 말경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메이커페어에 참가했습니다. 하노버는 독일에서 굉장히 큰 산업도시인데, 그 영향으로 모바일이나 기술개발에 관심 있는 기업가와 학생들이 많은 곳이에요. 저희가 개발한 점자 교육 도구를 전시하고, 관람객들이 도구를 이용해 단어를 몇 개 이상 입력하면 선물을 주는 이벤트도 열었어요. 다들 재미있게 체험하셔서 저희도 즐거웠습니다.
기억에 남는 일이 하나 있는데, 저희 부스에 찾아온 독일인 선생님이 한 분 계셨어요. 그 선생님의 반의 시각장애인 학생에게 저희 제품을 소개해 주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독일어나 그 밖의 다른 언어로도 만들 계획이 있는지 문의도 주셨습니다. 저희 제품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얻은 경험이었습니다.

 

 

 

6. 현대오토에버 장애인 헬프앱 개발 콘테스트에서도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개발이 주를 이룬다고 느껴집니다. 팀이 추구하는 방향인가요?

 

Braille T가 추구하는 방향은 모바일 기술의 접근성이 필요한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현재 점자 교육 도구 외에도 버튼 방식으로 점자를 배우는 놀이 도구도 개발 중입니다. 시각장애인만을 대상으로 국한하지 않고 일반인과 장애인이 동등하게 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품의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7. 메이커 또는 메이커 활동이라고 통칭하는 만들기의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무언가를 실현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느낍니다. 학생들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현단계로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때문에 메이커로 활동하면서 함께 개발할 수 있는 동료들을 만나고 어떤 결과물이 나오든 추진해가는 과정이 굉장히 소중한 거죠. 현재 만들어낸 결과물보다 미래에 의미 있는 것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활동이 아닐까 합니다.

 

 

8. 메이커 활동을 하며 힘든 점이 있었나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아무래도 팀원 모두가 학생이다 보니 참여 중인 다른 프로젝트도 있고, 학과 생활도 병행하느라 시간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많죠. 시험 기간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메이커 활동은 자발적인 활동이기 때문에 학생으로서 해야 할 일들과 병행하려면 책임감 있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다행히 한국과학창의재단의 메이커 프로젝트 활동 지원사업이 저희 팀에게 큰 응원군이었죠.

 

 

9. 메이커 활동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무엇이 됐든 일단 해보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팀원들과 회의할 때 ‘이건 좀 아니지 않니?’, ‘이건 못할 것 같아.’ 등등의 의견을 주고받다가도 막상 시작해보면 생각보다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때가 있어요. 실제로 결과물이 나오기 전엔 아무도 모르는 일이죠. 그래서 메이커 활동은 ‘일단 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해보다가 아니라고 느끼면 되돌아가서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요.

 

 

10. 메이커 문화 확산을 위해 필요한 게 있다고 생각하는 바가 있으신가요?

 

저희는 메이커 활동 지원을 받아 제품 개발에 필요한 기기나 장비 이용을 편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 중에는 메이커 문화와 지원 사항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좋은 기회를 널리 알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11. Braille T의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시각장애인이 음악을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상 중입니다. 시각장애인 중에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매우 많습니다. 비교적 청각이 발달했고 시각장애에서 자유로운 영역이 음악이기 때문일 거예요. 그런데 음악 점자는 배우기 상당히 어렵고, 배우는 비용도 많이 든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팀은 음악 점자를 배울 기회를 만들어보자는 논의 중입니다.

 

 

 

12. 해외 메이커페어 초청, 장애인 헬프앱 입상, 국제 학회 참석 및 논문 게시 등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내셨을 것 같은데요. Braille T 또는 이가람 메이커에게 2017년은 어떤 해였나요?

 

저를 포함해 Braille T 팀원 모두가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는 한 해였다고 느낍니다. 저희가 개발한 제품으로 국내외 반응을 알아볼 수 있었고, 다른 메이커들이 어떻게 활동하는지도 알 수 있었거든요.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좀 더 넓게 바라보고 꿈꿀 수 있던 한 해였습니다.

 

 

13. 끝으로 메이크올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한마디 해주세요.

 

메이크올 독자분들이라면 메이커 활동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전공, 학부, 경험과 관계없이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누구든 메이커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교육의 기회도 충분히 접할 수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Braille T의 활동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글.사진 / 안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