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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문화] 그리운 이를 추억하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오브제
등록일 : 2018-01-02 01:19:19 조회수 : 1,013

그리운 이를 추억하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오브제

- ‘미니미소’ 구승연 대표 

 

 

 

[전문]

사람이 맞는 이별 가운데 가장 감당하기 어려운 이별은 ‘영영 다시 보지 못하는 이별’, 죽음이다. 

남겨진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고인과의 추억을 끄집어내 곱씹곤 한다. 견디기 어려울 만큼 사무치게 그리운 날엔 무덤이나 납골당으로 찾아가 영원의 벽을 사이에 둔 채로 무언의 대화를 시도하는 때도 있다.

어쩐지 허전해 보이는 무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누군가는 국화를 한아름 가져다가 장식한다. 납골당에 함께 찍은 사진이나 장식품을 놓아두기도 한다. 작별의 슬픔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채우면서 삶의 희망을 북돋는 거다. 

제례문화도 많이 달라져서 전통적인 상차림보다 고인이 좋아한 음식을 제사상에 올리기를 선호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납골당 유리상자 안에 고인이 좋아했던 물건들을 넣기를 바라는 사람이 늘어난다. 문제는 유리상자의 규격이 제한되어 있는데, 고인이 좋아한 물건의 크기는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골프를 좋아한 이의 골프백, 육상꿈나무였던 이의 운동화, 학자의 책장 같은 것들은 납골당 유리상자 안에 넣기에는 너무 크다. 크기 문제를 해결하는 기막힌 방법을 제시한 이는 ‘미니미소’의 구승연 대표다. 오브제의 미니어처를 만드는 방법을 통해 고인이 아낀 소품을 영면 뒤에도 가까이 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뷰]

Q. 구승연 대표님,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납골함에 넣는 미니어처를 제작하는 수공예 미니어처 전문업체 ‘미니미소’를 운영하는 구승연입니다. 생전에 고인이 좋아하셨던 음식이나 물건, 취미와 관련된 물건을 수공예 미니어처로 제작해드리고 있어요. 저는 원래 공예를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은 아닙니다. 대학 시절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면서 배경 제작을 위해 공예를 배웠는데요. 무척 재미있어서 전공과 다른 분야의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취미로 공예활동을 계속해왔습니다.

 

 

Q. 메이커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공예작품을 만들면 그 과정을 블로그에 올리곤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제 블로그를 눈여겨본 분께서 납골당에 넣을 미니어처를 만들고 싶은데 만들어줄 수 있느냐는 요청을 해왔어요. 그 분께 미니어처를 만들어드리고 난 뒤 만족해하시는 모습을 보고 저 역시 기뻤지요. 사업성이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6개월 이상을 샘플 제작을 위해 보낸 뒤 2014년 5월 미니미소의 문을 열었답니다.

 

 

Q. 사업성 조사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어디서 정보를 얻으셨나요?

 

A. 견줄 만한 다른 업체가 없어 조사 자체가 어려웠어요. 그렇지만 사업에 손을 대는 저만의 기준을 뚜렷이 정해놓았기 때문에 결정은 어렵지 않았어요. 큰 돈 벌기보다 나 스스로에게 적합한 사업인가 하는 점을 가장 크게 고려했어요. 사업을 한다면 ‘혼자서, 작은 공간에서, 하고픈 걸 하자’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 외에 자잘한 정보는 통계청이나 방송 등의 매체를 통해 알게 되었고요. 그 과정에서 상조협회나 상조 관련 언론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돼 정보를 얻기도 했어요.

 

 

Q. 공방의 모습을 보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걸로 보입니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메이커 활동에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나요?

 

 

A. 어려움이 크지는 않았어요. 작은 업체가 흔히 그렇듯이 판로를 확보하는 게 중요했는데, 이전부터 블로그를 통해 제 작품과 활동에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있었고, 실제로 꾸준히 성원해주셨거든요. 다만, 고인과 유가족을 마주해야 하는 일이라 감정적인 면에서 흐트러지지 않는 게 중요했죠. 사업을 시작할 때 주변 지인들도 우울증 걸리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원하는 품목만 말씀해주시는 분도 계시지만, 고인과의 추억을 한보따리 풀어놓는 분도 계시거든요. 그 사연 하나 하나가 감동적이지 않은 게 없답니다. 어떤 때는 그 감정에 저도 모르게 휩쓸릴 뻔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 직업에 잘 어울리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괴테가 《잠언과 성찰》에서 ‘아름다운 희망을 지닌다면, 작별도 축제와 같다’고 하지 않았겠어요? 고인과 유가족에게 아름다운 희망을 선사하는 일이라고 마음속에 되새기곤 한답니다.

 

 

Q. 가장 기억에 남은 메이커 활동이 있다면?

 

 

A. 어쩌다 보니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이슈’와 가까이 하게 됐어요. 세월호 유가족과 마포구 초인종 의인 어머니의 미니어처 제작 의뢰가 그렇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의 경우에, 아이가 좋아했던 많은 것들을 모두 넣어주고 싶다고 사소한 것 하나까지 소품을 열거하시는데, 그 마음이 제게도 전해졌어요. 많은 걸 다 만들려다 보니, 크기는 더 작게, 2층으로 만들게 되었죠. 힘들지만 뜻깊은 작업이었습니다. 

마포구 초인종 의인의 경우에는 아들이 갖고 싶어 했던 운동화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하셨어요. 꿈에 나타나 못 사달라고 했던 운동화를 갖고 싶다고 했다면서요. 그래서 운동화 미니어처를 만들어드렸는데, 그 뒤로는 꿈에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고, 좋은 곳으로 간 것 같다고 하셔서 저 역시 보람을 느꼈습니다. 

 

 

Q. 메이커 활동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제가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 행복해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물론 취미가 일이 되면서 원래 가진 취미를 잃은 건 아닐까 종종 고민하게 되는데요. 사업을 시작할 때 세운 기준을 모두 만족시키고 있거든요. ‘작은 공간에서 하고픈 일’을 하고 있지요. 함께하는 동료가 조금 늘어서 이제 혼자는 아니지만, 뜻이 맞으니 더 든든하답니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지금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웨딩업체 등에서 협업 요청이 오는데, 사업 분야의 확장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살아계신 분이든 돌아가신 분이든, 행복한 순간의 소품을 미니어처로 제작하는 쪽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꾸준히 상품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습니다. 수공예 메이커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익숙해지고 정교해집니다. 저희 미니미소,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메이커 아닌가요? 

 

 

Q. 대표님께서 생각하는 메이커의 정의와 메이커 활동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가요?


A.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걸 두려움 없이 마주하면서 내면의 소리를 듣고, 그 울림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 메이커라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취미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일에 밀려 취미가 뒷전이 되는 상황’을 어려워하곤 합니다. ‘취미’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하기보다는 ‘취미를 좋아하는 나 자신’이 바라는 점에 대해 생각해봐야 해요. 그런 뒤에도 도전하겠다고 마음먹는 분이라면 누구든 당당한 메이커입니다. 

 

,사진 김지원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