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 읽을거리

[메이커 스페이스] 리빙 메이커의 집,
광주 북구문화의집
등록일 : 2018-08-16 16:24:47 조회수 : 1,075


집에서 뭔가를 뚝딱뚝딱 만들다가 막혔을 때, 혹은 연장이 없을 때 달려갈 수 있는 곳! ‘광주 북구문화의집’은 바로 이런 곳이다.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이곳은 올해 한국과학창의재단의 메이커 스페이스 지원 사업에도 선정되면서 그 역할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인근 주민들과 함께 생활기술을 공유하며 마음껏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이른바 ‘리빙 메이커의 집’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겠다고 강조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북구문화의집 내부 전경



북구문화의집은 인근 주민들의 생활문화 플랫폼 역할을 해온 22년차 문화활동 공간이다. 근린문화공원 안에 있어 주민들이 나들이 삼아 나와 편의점 들르듯 부담 없이 찾아올 만큼 문턱이 낮다. 1997년 개관한 이래 일상 속 문화를 손쉽게 접하고 누릴 수 있는 ‘생활예술의 편의점’ 역할을 자처해 온 덕분이다.
그동안 펼친 사업들 중에도 메이커 지원활동이 적지 않았으나 메이커 스페이스로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것은 올해가 원년이다. 운영방식의 특징은 주민들이 주체가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열무김치 장인으로 소문난 주민이 직접 일일강사로 참여해 이웃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또한 일부 프로그램을 이수한 수강생들 중에는 교육기관의 강사로 활동하거나 1인 메이커로 창업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북구문화의집에서 메이커스페이스 운영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는 박우주 팀장을 만나봤다.




북구문화의집의 메이커스페이스 운영 총괄 박우주 팀장



# 북구문화의집을 ‘리빙 메이커의 집’이라고 소개하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집’처럼 편하게 접근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북구문화의집은 생활기술을 공유할 수 있고 생활기술을 활용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생활기술이란 말 그대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혹은 생활 속에서 터득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술을 활용하여 만들기를 하는 생활창작자들에게 북구문화의집은 갤러리이기도 합니다. 창작품을 전시,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거든요.
이곳을 이용하는 메이커는 생활과 연계성이 깊은 제조기술을 배우며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내는 리빙 메이커, 일상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 견해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기술’을 구현하는 소셜 메이커,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하는 콜라보 메이커로 볼 수 있어요.




생활예술 창작자들이 창작품을 전시, 판매할 수 있는 공간



# 취미 클래스가 매우 다양한데요, 프로그램은 주로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나요?

취미 클래스 중에도 목공예, 가죽공예 등과 같이 손으로 만들어 내는 메이킹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습니다.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모집하는 경우도 있지만 비슷한 취미를 가진 주민들끼리 스스로 동아리를 꾸려서 취미 클래스를 만드는 경우도 있어요. 북구문화의집은 이런 주민들에게 공간과 장비를 제공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주민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취미를 좀 더 많은 이웃들과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지요.
또한 생활창작자들이 직접 원데이클래스를 운영하며 주민들에게 재능을 기부하기도 합니다.




생활창작자들이 직접 원데이클래스를 운영하는 취미 공유 클래스 모습



# 취미를 활용해 재능기부를 해주는 대표적인 메이커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피규어 조립, 드론 등에 관심이 많은 메이커인데요 매주 토요일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장난감 공장이라는 메이킹 프로그램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직접 용접도 하고 못질도 하며 장난감 자동차를 만들고 있어요. 장난감 자동차라고는 하지만 아이들 대여섯 명 정도는 거뜬히 태울 수 있어요. 이렇게 만든 자동차로 캠핑카를 만들어 가을에는 아이들과 함께 캠핑을 나갈 계획입니다.




메이커의 재능기부로 진행되는 ‘장난감 공장’ 모습



# 북구문화의집을 이용하는 취미 메이커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요?

주부층이 가장 많아요. 아직은 스스로 메이커라고 인식하시지는 않지만 대체적으로 만들기에 관심이 많은 분들입니다. 이분들의 특징을 꼽자면 혼자만 취미를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취미가 같은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 하는 욕구가 큰 것 같아요. 그래서 북구문화의집에서는 이런 분들에게 커뮤니티 활동 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취미 클래스 등에 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거나 자체 진행하는 행사에 체험강사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 취업이나 창업을 준비하는 메이커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나요?

30~40대 주부들을 대상으로 가죽, 목공, 바느질 공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3년 전부터 프로그램을 이수한 분들이 어린이집, 유치원,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강사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50~6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 할머니’ 과정을 이수하신 분들도 작년부터 경로당 등으로 다니며 놀이수업 강사로 활동하시고 있습니다. 북구문화의집에서도 북구 산하기관의 강사 모집 정보를 수집하여 연결시켜 드리고 있습니다. 물론 해당 프로그램을 이수한 분들이 100% 강사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프로그램 이수 후에도 관련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자기개발을 하시는 분들이라야 가능합니다. 앞으로는 청년덕후들을 대상으로 1인 메이커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실시할 계획입니다.



# 한국과학창의재단의 메이커 스페이스 지원 사업에 선정되었는데 앞으로 어떤 공간으로 꾸밀 계획인지요?

전체 리모델링을 앞두고 있는데, 메이커들에게 좀 더 다양한 성격의 공간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1인 공방, 주부들의 취미 커뮤니티 공간도 확보하고, 메이커들이 각종 장비들을 자유롭게 조작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이른바 리빙랩도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9월 말 오픈하여 본격적인 운영은 10월부터 시작할 예정입니다.




리빙랩으로 변신을 앞두고 있는 공간(왼쪽), 북구문화의집에서 갖추고 있는 3D프린터와 CNC 장비(오른쪽)



또한, 북구문화의집 강점인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메이커 문화를 잘 융합하여 새로운 메이커 스페이스 문화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메이커 스페이스라고 하면 흔히들 첨단기기를 활용해 교육하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요, 북구문화의집에는 손작업 프로그램이 많아요. 물론 장비를 통해 시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업의 핵심은 리빙 메이커의 공간으로서 손작업, 즉 수공의 가치를 되찾자는 것입니다. 손기술을 메이커 활동과 연결하여 새로운 것을 창·제작하는 거지요. 이를 위해 가죽공방, 목공공방, 바느질공방 등과 같은 수작업 중심의 메이킹 프로그램을 강화하였습니다.



북구문화의집에서 어린이들과 진행한 프로그램



특히 디지털기기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요즘 아이들이 동네 골목에서 자전거나 시계 등을 수리하는 어르신들을 찾아가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골목장인학교’ 수업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삶의 기술을 터득한 장인들의 손기술을 배워본다는 취지입니다. 이처럼 수공의 가치를 일깨우는 프로그램을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Mini Interview



 

북구문화의집에서 만난 취미 메이커
안분순 메이커


그동안 가게 운영하느라 따로 취미를 갖지 못하다가 작년부터 북구문화의집에서 여러 가지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기계도 만지고 톱질도 배우면서 인생이 달라지는 느낌입니다. 처음에는 못질도 어색했는데 어느새 만드는 것에 푹 빠졌습니다. 요즘은 집에서도 뚝딱뚝딱 만들다가 막히는 게 있거나 연장이 필요할 때면 이곳으로 달려오곤 합니다. 최근 들어 방송이나 신문에서 메이커 문화에 대해 많이 들어요. 처음에는 나와는 상관없는 문화라고 여기고 흘려들었는데 북구문화의집을 이용하면서 ‘메이커가 나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 싶더라고요. 북구문화의집처럼 오픈된 공간에서 취미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즐겁게 만드는 문화가 좀 더 활성화되었으면 좋겠어요.





글. 이슬비 / 사진. 김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