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 읽을거리

[커버스토리] 취미 메이커들의 놀이터
‘위드캠프’를 만드는 강하다 메이커
등록일 : 2018-08-16 16:35:46 조회수 : 1,070


만들어야 하는 것 말고,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어볼까? 무박 2일 메이커톤을 운영하는 비영리단체 ‘위드캠프’는 ‘회사에서 할 수 없는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보자’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올해로 4년째 진행되며, 국내 메이커들 사이에서 ‘진짜 재미있는 메이커톤’으로 입소문 나 있는 위드캠프. 위드캠프 행사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기획해 온 강하다 메이커는 현재 앱 개발 회사를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인데요. 그녀가 말하는 ‘만드는 것’에 대한 취미로서의 매력을 한 번 들어볼까요?





# 취미로 메이커 활동을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메이커라는 말을 2014년 대학 수업에서 처음 들었어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3D프린터가 대중화되면서 메이커들이 각광받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낯선 말이었어요. 본격적으로 메이커 활동에 입문한 건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입니다. 한번은 직장 동료가 반짝이는 신발을 보여주며 ‘직접 만들었다’고 자랑을 하더라고요. 그때 문득 ‘나도 만드는 것은 자신 있는데 왜 안 만들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직업이 앱 개발자이다 보니 머릿속에 있는 걸 모니터상으로만 구현하는 데만 익숙했지, 세상 밖으로 꺼내놓을 생각은 못했구나 싶었습니다.



# 메이커보다 메이커톤 행사 기획자로 더 많이 알려진 것 같습니다.

선후 관계를 따지자면, 메이커로서 메이커톤을 기획한 게 아니라 메이커톤을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메이커로 입문했다고 할 수 있어요. 저는 앱 개발자인데 업무의 특성상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니라 ‘만들어야 하는 것’을 만드는 일의 연속이었습니다. 직장동료들끼리 이런 고민을 토로하다가 ‘그럼, 회사에서 만들 수 없는 것,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어 보자’고 한 것이 시작이었어요. 메이커톤을 여러 해 진행하면서 메이커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15년 첫 번째 위드캠프에 참가한 메이커들의 모습



# 직접 기획한 메이커톤인 ‘위드캠프’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취미 메이커들의 놀이터 같은 곳입니다. 이름도 캠핑처럼 즐거운 메이커톤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위드캠프라고 불러요. 기존 메이커톤이 비즈니스 모델에 중점을 두고 있는 데 비해 위드캠프는 순수한 취미로서 개발자들의 창작 과정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첫 행사를 2015년에 치렀는데 첫 행사치고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무엇보다 반가웠던 반응은 ‘재미있다’는 것이었어요. 올해도 5월에 행사를 개최했는데 참여하신 메이커들이 ‘내가 참여해본 메이커톤 중에 제일 재미있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이런 반응을 보면서 처음 위드캠프를 개최했을 때의 취지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위드캠프는 메이커들 사이에 ‘진짜 재미있는 메이커톤’으로 입소문이 나있다. 사진은 2017년 위드캠프 행사 현장의 모습



# 취미 메이커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있나요?

취미 메이커들은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것을 만들고도 재미있어 하는 사람들입니다. 쓰임새를 떠나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거든요. 이들은 자신이 만든 것을 얼마나 상업화할 수 있는가, 얼마나 수익성을 얻을 수 있는가 같은 비즈니스 모델에는 관심이 없어요. 이런 것에 얽매이면 정작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은 못 만드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훨씬 더 재미있고 기발한 것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2017 위드캠프 행사에 참가한 메이커들의 모습




2017년 위드캠프 행사 현장의 강하다 씨
# 지난 4년간 수많은 메이커들을 만났을 텐데요, 메이커 문화의 변화가 느껴지나요?

해마다 메이커톤을 진행하기 때문에 메이커들을 많이 만나기는 하지만 메이커 문화의 변화를 말하기에는 이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국내에 메이커 커뮤니티가 다양하지 못한 것도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메이커 문화가 확산되려면 메이커 커뮤니티도 좀 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드캠프도 메이커 커뮤니티의 다양성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메이커톤 기획자로서 어떤 메이커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나요?

메이커 문화가 ‘끼리끼리 문화’처럼 여겨져 메이커에 입문한 사람들에게는 문턱이 높은 것 같아요. 누구나 메이킹 활동을 하며 메이커로 자처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메이킹은 어렵다’는 고정관념도 깨고 싶어요. 우리나라의 메이커 무브먼트라는 개념은 4차산업혁명의 발전과 엮여 있어서 좀 난해하고, 본질에서 다소 비껴간 경향이 있어요. 메이커들은 ‘술 먹을 때 대답해주는 기계’, ‘고양이랑 놀아주는 박스’처럼 장난기 가득한 것들을 만들기도 하거든요. 이런 것들에 대해 ‘이거 왜 만들지’라는 생각 대신 이런 ‘쓸모없는 것’을 만들어도 상관없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메이커 문화를 좀 더 쉽고 대중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나가려고 합니다.




2018 위드캠프 현장



# 강하다 메이커가 생각하는 메이커란?

저에게 메이커는 아주 가벼운 단어입니다. 만드는 사람이죠. 좀 더 살을 붙이면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 더 이상의 의미를 붙일 필요가 있을까요. 메이커에 대해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종종 내가 그런 의미에 일일이 부합하는 메이커냐고 물으면 자신이 없어져요. 무얼 만드느냐에 따라 메이커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메이커입니다. 만들기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에만 있던 것들을 좀 더 자유롭게 끄집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위드캠프 2회째부터 메이커로 참가했다가 2018년부터 위드캠프 운영진에 함류한 김도균 메이커(오른쪽)



# 메이커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메이킹을 취미로 즐기는 이른바 ‘취미 메이커’들의 놀이터를 넓혀가는 것입니다. 메이커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창업이라고 여기면 메이커들은 사라지고 사장님들만 남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들도 틈틈이 메이킹 활동을 즐길 수 있는 문화가 확산되었으면 좋겠어요.




글. 이슬비 / 사진. 김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