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 읽을거리

[커버스토리] 세계 최초로 휴대용 수력발전기 '우노'를 개발한
이노마드 박혜린 대표
등록일 : 2018-09-18 14:09:50 조회수 : 1,713

여성 메이커가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여성 메이커가 남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은 환경에서, 세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여성 메이커가 있다.
세계 최초로 휴대용 수력발전기 ‘우노’를 개발한 이노마드의 박혜린 대표다. 여성, 메이커, 환경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개발하신 ‘우노’를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우노는 휴대용 수력발전기입니다. 한 뼘 정도 크기로 매우 작고, 600g 가량으로 가볍죠. 물이 흐르는 곳이나 배 뒤에 거치하면 터빈이 돌아가면서 전기를 모읍니다. 발전량은 5W 정도인데요, 하루에 필요한 전기를 모으는 데 전혀 부족하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는 ‘한강 친환경에너지 페스티벌’에서 우노 100대가 생산한 전기로 대형 스크린 영화를 상영하기도 했어요!




이노마드 홈페이지(https://www.energynomad.store/)



# ‘우노’를 개발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인도 배낭여행 중 전기가 잘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신세를 진 적이 있습니다. 고마웠던 그 가족에게 전자기기를 선물하고 싶었는데 그들에게는 콘센트조차 없었던 거죠. 전 세계 인구의 1/3이 제가 만났던 분들과 같은 에너지 소외계층이라고 해요. 귀국 후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문과생으로서 경영과 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해결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이 훨씬 빠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술 엔지니어인 지인과 더불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지요.




휴대용 수력발전기 우노의 모습




야외에서 우노로 휴대폰을 충전하는 모습(왼쪽)과 조명으로 활용하는 모습 (출처: 이노마드 홈페이지)



# 판매율의 99%가 해외라고 들었습니다. 성공적인 해외 진출의 비결은?

우선, 저희 제품이 해외에 알려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2014년의 ‘청계천 스마트 충전소 프로젝트’입니다. 우노로 청계천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해당 프로젝트를 미국 유명 방송사인 CNN에서 보도하였고, 연이어 미국 진출 제안을 받았거든요. 저희 또한 해외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하였습니다. 캠핑, 해양스포츠 등 아웃도어 문화가 발달하기도 했고, 에너지 소외계층 지원이 필요한 국가 및 기관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우노를 이용해 전기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모습 동영상 링크 (출처: 이노마드 홈페이지)



# 국내 메이커 문화의 발전을 위해 정책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메이커로서 제가 목말랐던 부분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업계 통합 데이터입니다. 필요 분야 관련 협력이 가능한 회사가 존재하는지, 어디에 있는지만 알아도 큰 도움이 됩니다. 다음으로는 중견 메이커 지원입니다. 우리나라의 지원은 초기 메이커들에게만 몰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성과를 낼 수 있고, 조언 한마디가 결과를 크게 좌우하는 것은 중견 메이커들입니다.



# 해외 활동을 많이 하셨는데, 국내 메이커 문화 발전을 위해 소개해주실 만한 해외 사례가 있다면?

미국의 경우 투자와 지원 평가자가 모두 현장 경험자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덕분에 실현 가능성과 효용에 대해, 경험에 근거한 전문적인 판단이 가능합니다.
평가자들의 분야 또한 다양합니다. 특정 분야 종사자라면 관심과 지식이 더 많은 해당 분야를 더 지원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덕분에 잠재력을 가진 메이커들이 저평가되지 않고 IT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발굴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민관 협력이 잘 되어 있어요. 정부는 방대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등 조력을 하고, 주도는 민간이 하지요. 행정관들의 산업 이해도도 높습니다. 그 결과, 프랑스의 메이커 브랜드들은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외 여러 나라에서 이렇게 키운 역량 있는 메이커들을 정책 파트너로 기용하고 있습니다. 가령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먼저 세우고, 메이커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파악하는 식이지요. 한국 정부의 지원을 통해 탄생한 훌륭한 메이커들의 역량이, 나라를 위해 유용하게 쓰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 국내 여성 메이커의 현황과 발전 방안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 주신다면?

메이커의 성별을 구분할 필요는 없지만 여성 메이커가 너무나 적은 것은 사실이에요.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 메이커가 가지는 어려움은 크게 네트워크 진입, 그리고 여성 대표에 대한 편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령 미국처럼, 여성 메이커들이 인적 교류를 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네트워크 조성을 지원해 주거나 자금 지원 중 여성 할당 비율을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 나아가 근본적으로는 여성 메이커가 늘어야겠지요. 이를 위해서는 성 역할을 구분, 제한하지 않는 사회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포함한 여성 메이커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통적으로 “가정에서 어릴 때부터 성별에 상관없이 원하는 것을 하도록 해 주었다”라는 이야기를 하거든요.



# 후배 메이커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프로젝트나 펀딩 수주는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두드려 보는 수밖에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실패에 좌절하지 마세요. 더불어 정부의 지원 없이도 자생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원서 작성보다 개발 제품과 사업 전략을 다듬는 데 시간을 더 많이 쓰기를 권합니다. 시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비즈니스모델 가설을 자체 검증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일 거예요.






#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출시된 ‘우노’는 가장 최소한의 생산력을 갖춘 모델입니다. 앞으로는 수요자에 따라 이를 변형할 생각입니다. 개울과 바다, 개인 캠핑과 마을 단위는 필요한 것도 적용 방법도 다를 테니까요. 더불어 교육용으로도 개발하고 싶어요. 한국인은 에너지 절약을 생활과 동떨어진 너무나 큰 명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작 자신이 ‘어떻게’ 만든 에너지를 ‘얼마나’ 사용하는지는 의식하지 않지요. 발전기를 직접 만들어 본다면 그런 인식의 변화까지 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인터뷰 당일, 박혜린 메이커는 또다시 해외 출장을 앞두고 있었다. 점차 늘어나는 신재생 에너지의 중요성만큼이나 ‘우노’의 승승장구 또한 이어질 것이다.
당당히 세계를 상대하는 그녀의 뒤를 따를 한국의 메이커들이 앞으로도 계속 등장하기를 바란다.



글. 구지회 / 사진. 이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