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 읽을거리

[메이커 스페이스] 시민 복지의 모범 답안,
덴마크 Dokk1 도서관과 트윈스랩
등록일 : 2018-10-15 16:45:19 조회수 : 918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메이커 창작활동 지원사업’에도 참여했던 박채아 메이커는 자신이 핀란드에서 연구했던 메이커 교육을 실제 현장에 적용해 보기 위해, 현재 덴마크 Dokk1 도서관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이다. 박채아 메이커로부터 덴마크 Dokk1 메이커 스페이스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항구,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다

Dokk1(https://dokk1.dk/)은 덴마크 제2의 도시인 오후스(Aarhus)의 중앙도서관이다. 오후스는 북유럽 최대의 항구 도시로서 번영을 누려왔지만, 2000년대 초 전 세계 해운업의 쇠락과 독일 함부르크 항구와의 경쟁으로 심각한 타격을 맞게 됐다. 이에 정부는 오후스 항구를 산업 공간에서 모든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기로 하고,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인 Urban Mediaspace Project를 진행하여 2015년 Dokk1을 오픈했다.

 

 

 

 

 

 

 


덴마크 제2도시인 오후스의 중앙도서관, Dokk1 (출처: Dokk1)




미디어 저장 공간에서 도서관 자체가 미디어인 공간으로

처음 사서들이 가장 고민했던 점은 어떻게 Dokk1을 시민들과 미래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대부분의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시대에 도서관은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할까. 이들은 도서관이 단순히 책과 정보를 저장하는 기존의 역할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도서관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정보나 창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디자인씽킹’ 세계적인 혁신 시설, 디자인, 서비스의 비결

때마침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게이츠와 그의 아내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후원을 받아 Dokk1은 미국 디자인회사 IDEO, 시카고 공공 도서관(Chicago Public Library)과 함께 ‘도서관을 위한 디자인씽킹 (Design Thinking for Libraries)’ 모델을 개발했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이루어졌던 이 프로젝트는 Dokk1을 책 중심이 아닌 시민 중심의 도서관으로 만들기 위한 초석이 되었다. 또한 이 경험을 전 세계 도서관과 함께 나누기 위해 툴킷을 개발하여 무료로 공유하고 있다. Dokk1이 개관한 지 3년이 지난 지금도 도서관 내부 곳곳의 디자인이나 서비스는 디자인 씽킹을 통해 계속해서 개선되고 변화하고 있다.

 

 

 

 

 

 

 

 

 


디자인씽킹으로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는 Dokk1의 내부 모습 (출처: Dokk1)




Dokk1의 메이커 스페이스, Tweens Lab

Dokk1 도서관에는 트윈스랩(Tweens Lab)이라는 작은 메이커 스페이스가 있다. 3D프린터와 소형 레이저 커터 등의 장비가 있고,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코딩이나 회로를 배울 수 있는 레고 마인드스톰, 오조봇, 리틀비츠 등 각종 교구가 구비되어 있다. Dokk1 메이커 스페이스 구비 시설 자체는 소소하지만 이곳에서 추구하는 철학과 알찬 프로그램들이 주목할 만하다.

 

 

 

 

 

 

 

 

 


Dokk1 메이커 스페이스 트윈스랩 모습




지금의 트윈스랩이 완성되기까지, 피플스랩(People's Lab)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로 덴마크의 대학 연구진들 및 다른 지역 도서관들과 협업하여 메이커 스페이스의 역할을 2년간 끊임없이 모색했다고 한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해커 스페이스나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협업하고 창작하는 활동이었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Dokk1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와도 꼭 어울리는 것이었다.


Dokk1의 메이커 교육 프로그램과 파트너십

매달 트윈스랩에서는 지역 학교를 위한 메이커 교육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생들은 추상적 브레인스토밍 단계부터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구체적 단계까지 같은 그룹의 조원들과 함께 활동하며 정해진 시간 동안 자율적으로 주어진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교사와 트윈스랩 운영자들은 학생들이 문제에 봉착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주거나 아이들이 몰랐던 새로운 영역으로 안내한다.
얼마 전 있었던 ‘구슬 미로 워크숍’을 예로 들면, 운영자는 기울기, 점프, 터널, 빛 등 아이들이 구슬 미로를 만들 때 반드시 융합해야 하는 요소를 도전 과제로 내준다. 아이들은 준비된 다양한 재료들로 실험을 통해 구슬 미로를 완성해 간다. 만약 구슬 미로를 완성한 학생들이 있다면 전자회로 블록인 리틀비츠로 만든 예제를 보여주면서 새로운 방법으로 더욱 멋진 창작물을 만들어보도록 유도한다.

 

 

 

 

 

 

 

 

 


트윈스랩의 메이커 교육 프로그램 모습




한편, 외부 파트너들이 이끌어가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트윈스랩의 경우 ‘Coding Pirates’라는 덴마크 최대의 코딩 교육 비영리 단체가 매주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료 코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참고로 Dokk1에는 이처럼 외부 파트너들이 이끌어가는 프로그램 수가 상당한데, 올해 하반기에만 700여 개가 넘는 워크숍과 활동들이 시민들에게 제공될 정도이다. 외부 파트너와 협력하면 할수록 시민에게 다양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Dokk1에서는 파트너와의 협력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덴마크다운 오후스 미니 메이커페어

올해로 5번째 열리는 ‘오후스 미니 메이커페어(http://aarhus.makerfaire.com/)’에는 모든 시민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또한 워크숍 재료비가 지원되기 때문에, 메이커들은 재정적인 부담 없이 본인이 원한다면 워크숍을 열 수 있다. 그래서 오후스 미니 메이커페어는 다른 메이커페어에 비해 직접 체험해 보고 만들어 볼 수 있는 부스의 비율이 높다.
한편, 지속가능발전에 관심이 많은 덴마크답게 재활용품을 활용한 메이커 활동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버려진 장난감과 인형 부품들을 재활용해서 자신만의 로봇을 만들고, 그것으로 즐거운 대회를 하는 히보콘(Hibbocon)이 그 대표적인 예다. 참고로 우리 팀과 나도 재활용품을 이용한 구슬 미로 콘테스트를 기획하고 있으며, 이번 메이커페어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재활용품을 활용한 메이커 활동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덴마크 (출처: Dokk1)




한국의 지속가능한 메이커 문화를 위해

정부 예산이 투입된 Dokk1 메이커 프로그램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다양성과 상생을 장려한다는 것이다. Dokk1은 한국처럼 메이커 문화 정책을 정부가 규모 있게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 파트너들이 자연스레 문화 육성의 주체가 되도록 참여를 유도한다. 그 결과 다채로운 주제, 볼거리, 경험할 거리가 끊임없이 시민들에게 제공되고, 이는 곧 시민들의 만족도로 이어졌다.
또한 메이커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도 한국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메이커 운동을 창업으로 유도하는 분위기가 주도하는 반면, 이곳은 시민들의 메이킹 경험 제공과 창작 활동 장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지막으로 Dokk1의 역할 중심 업무 문화 또한 인상적이다. 이곳의 업무는 위계 중심보다는 역할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직급에 상관없이 본인이 주도적으로 일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분위기다. 내가 인턴을 시작한 지 2주도 안 되어서 이 조직문화를 직접적으로 강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메이커 페어 스폰서십 요청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나의 의견을 팀은 곧바로 수용했다. 제안서 작성부터 글로벌 기업 컨택까지 2주차 인턴인 내가 메인이 되어 업무가 시작됐고, 내 상사에게 필요한 업무 요청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한국에서도 지역 파트너십과 유연한 역할 중심의 업무 조직을 통해 교육과 창업뿐만 아니라 예술, 전통, 철학 등 다양한 영역이 메이커 문화와 연계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지역 사회와 정부가 상생하는 메이커 문화를 만들어간다면 지속가능한 모델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제안해본다.


Mini Interview

 

 

 

 

 



메이커 스페이스 ‘트윈스랩’ 운영자
야느 쿤즈(Jane Kunze)

 

 

 

 

 




1)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Dokk1의 메이커 스페이스 운영자로, 이곳에서 13세 이상의 시민들을 위해 디지털 문해(Digital literacy) 및 기술 교육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2) Dokk1의 트윈스랩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Dokk1의 메이커 스페이스는 디지털 제작(Digital Fabrication)과 창의적인 학습이 이루어지는 작은 공간입니다. 이곳은 다른 메이커 스페이스들과 달리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무료로 이용하는 만큼 기존의 창작물을 복사하기보다는 자신의 프로젝트를 창작하기 위해 이용해야 합니다. 또한 이용자들끼리 서로 도와가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3) 한국의 메이커 스페이스 운영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메이커 스페이스 운영자 역할의 중요성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는 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메이커 스페이스 운영자의 역할이란, 바로 사람들이 기술을 접할 때, 창작 프로세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도와주는 것입니다.

 

 

 

 

 

 

 

 

 

 

글/사진. 박채아 메이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