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 읽을거리

[메이커 스페이스] 빈집의 가치가 새로 태어나는 곳,
미추홀도시재생사회협동조합 <공간>
등록일 : 2018-10-15 16:50:42 조회수 : 1,016

인천 남구 산 언덕배기에 자리한 허름한 건물. ‘빈집은행’이란 문패가 붙어 있지 않다면 조용히 허물어져가는 건물로 여기고 지나쳤을 법한 곳이다. 하지만 이곳은 이름 그대로 빈집을 빌려줌으로써 꿈을 꾸게 만드는 빈집은행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 1층 ‘공간’에선 이를 위한 새로운 방식의 메이커 스페이스가 운영될 준비를 하고 있다.



빈집은행에서 메이커 스페이스 ‘공간’을 운영하는 최환 대표




# 메이커 스페이스로 자리할 ‘공간’은 어떤 곳인가요?

공간을 소개하려면 우선 이 건물 전체를 호칭하는 빈집은행부터 소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곳은 원래 동사무소로 사용되던 건물이었는데요. 워낙 산꼭대기에 있다 보니 주민들의 불편이 많아 자리를 옮기면서 빈집이 되었죠. 이곳을 저희 미추홀도시재생사회적협동조합이 임대해 빈집은행이라 이름 붙였고, 지하 1층은 사무실로, 1층은 메이커 스페이스인 ‘공간’으로, 2층은 코워킹 스페이스로 조성할 예정입니다. 공간은 빈집을 새 주거공간으로 만들어낼 메이커들이 3D프린터 등의 장비를 이용해 집을 수리하고, 가구나 생활용품까지 만들어 새로운 주거의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도록 연구 개발하는 메이커 스페이스가 될 것입니다.




메이커 스페이스 ‘공간’은 빈집은행 1층에 들어설 예정이다.




# 빈집을 새 주거공간으로 만들어낼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되신 건가요?

인천시 남구는 노령화가 많이 진행된 도시로, 더불어 주택의 노령화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어요. 지난해 남구청이 진행한 빈집실태조사를 보면 빈집으로 추정되는 집이 약 5,000채, 이 중 1,000채가 실제 빈집으로 확인됐지요. 문제는 이러한 빈집들이 방치되어 흉물이 되고, 오물이 쌓여간다는 것입니다. 이에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 생각해낸 것이지요. 제가 건설 쪽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생각을 평소에도 많이 하고 있었거든요.



# 그럼 남구의 빈집들이 새로운 공간이 된다면 어떠한 용도로 사용되는 건가요?

일단 지원받은 빈집들이 100채 정도 됩니다. 그런데 대부분 반지하예요. 그러다 보니 환경이 좋지 않아 실제 거주 목적으로 사는 사람들은 없답니다. 한 건물에서도 지상층은 임대가 나가지만, 오직 반지하만 비어있는 경우가 많지요. 이에 깨끗하고 밝은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이곳을 연구실이나 작업실, 그리고 새로운 빈집을 수리할 수 있는 실습 교육의 장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빈집들은 앞으로 메이커들의 손을 거쳐 새집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출처: 빈집은행)




# 그럼 메이커 스페이스에서도, 실제 탈바꿈된 집에서도 교육과 연구, 실습이 이루어지는 거네요.

맞습니다. 빈집은행의 공간을 통해 빈집 프로젝트가 시작되지만, 그 빈집 자체도 새로운 연구와 실습 공간이 되는 거죠. 저희가 하는 활동 중에 ‘스마트 도시농부’라는 프로젝트도 있어요. 이 또한 공간을 활용한 프로젝트입니다. 인천 남구지역에는 노인인구가 많은데 이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생산적인 프로젝트로, 빈집을 활용해 창업을 돕고 있지요.



# 시니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스마트 도시농부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소개해주세요.

스마트 도시농부는 인천시를 비롯해 고용노동부와 함께하는 프로젝트로, 이미 진행 중인데요. 남구에 빈집과 노인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연계시킬 방법을 고민하던 중, 터전을 지키면서도 농사를 짓고 싶어 하시는 어르신들에게 습한 환경에서 자라는 작물인 버섯 재배 교육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됐지요. 실제 15명의 어르신들을 교육했고, 지역장터라는 판로를 만들어주면서 창업의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반지하는 습하고 어두워 버섯을 키우기 딱 좋은 환경인데, 그냥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여기에 스마트한 방식으로 움직이는 온도 및 습도 조절기를 장착함으로써 어르신들이 직접 관리하기 편한 환경으로 만들어주었답니다.




시니어들이 참여하는 스마트 도시농부에서는 버섯 재배를 교육하고 있다.




# 교육 받은 시니어들의 소감은 어떠했나요?

배우는 것도 어렵지 않았고, 일이 없는 분들도 많다 보니 교육에 무척 의욕적이셨어요. 게다가 재배하는 버섯은 시중의 버섯과 달리 중국 나무를 쓰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자란 참나무를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질적으로도 훨씬 좋았고요. 덕분에 지역장터에서의 판매도 활발했답니다. 3개월 교육을 하고 어르신들이 창업한 지 1달 지났는데요. 일단 첫 생산한 버섯은 ‘완판’됐고, 어르신들도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이셨죠.




시니어들이 직접 재배하고 판매한 버섯들(출처: 스마트도시농부 페이스북)




# 스마트 도시농부는 앞으로도 계속되나요?

그렇습니다. 정원보다 신청자가 훨씬 많았을 정도로 인기 프로젝트인 걸요. 귀촌·귀농을 하고 싶어도 여건상 못하는 어르신들이 도시에서 농사를 지으면서도 창업할 수 있고, 빈집도 활용할 수 있으니 1석 2조의 프로그램이죠. 신청은 스마트시티팜 홈페이지(smartcityfarm.kr)에서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버섯 말고도 굼벵이 등 다양한 아이템도 다룰 생각입니다.



# 새로운 메이커 스페이스, 공간은 언제부터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요?

현재는 인테리어와 기계 세팅을 하고 있는 중이고요. 늦어도 올해 안에는 완성될 예정입니다. 여기서 메이커들이 빈집을 탈바꿈시키기 위한 여러 시도를 해보게 될 거예요. 기본적으로 집수리 교육이 이루어지고, 3D프린팅으로 생활용품이나 가구도 만들고, 식물 스캔 연구도 하고, 서로 아이디어를 겨루는 해커톤도 진행하는 등 빈집을 활용할 수 있는 연구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미추홀도시재생사회적협동조합에서는 빈집 활용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 중이다.




# 마지막으로 공간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메이커 스페이스 활동이 활발해져 빈집을 잘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도 목표지만, 나아가 상생을 위한 지역 콘텐츠를 더 확장하고 싶습니다. 빈집은행의 ‘공간’이 바로 그 상생을 위한 전초기지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글. 강숙희 / 사진. 김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