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 읽을거리

[커버스토리] 도시농부와 메이커의 접점을 찾아가다
등록일 : 2018-11-14 23:42:10 조회수 : 771

에코11의 대표로서 도시농업에 대해 연구하고 지원해왔던 백혜숙 대표가 최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서 전문위원으로 활약하게 됐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가락시장을 관리하는 곳으로, 가락시장은 우리나라 농산물의 50%를 유통하고 있는데, 그만큼 건강한 먹거리를 중시하는 곳이다. 이에 먹거리의 중요성은 물론 도시농부들에게 친환경의 가치를 알릴 전문가로 활약하게 될 백혜숙 전문위원을 만나 도시농부와 메이커의 접점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 도시농부이자 메이커로도 활동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어떤 활동을 해오셨나요?

2012년 에코11을 설립해 최근까지 활동을 해왔는데요. 도시농업을 통해 아이들의 정서를 변화시키는 방법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초등생을 위한 스쿨팜에서는 도시농업을 가르치고,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위해서도 도시농업을 접목했지요. 이와 관련한 강사들을 양성하고 연구하는 프로그램을 연구했습니다. 메이커로서의 활동은 에코11을 운영하면서 증강현실 ‘무당벌레컴’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화학 살충제를 대체하는 익충, 칠성무당벌레를 찾아보는 체험을 진행한 사례가 기억에 남는군요. 당시 증강현실 전문가를 수소문해서 아이디어를 기술적으로 구현한 사례였습니다.
아두이노 같은 오픈소스를 활용해서 실제로 수분센서를 만들어 도시농업 하시는 분들에게 보급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메이커를 찾아가 제작을 의뢰한 경우였습니다.




화분에 꽂아 수분이 감지되면 빛을 발하는 수분 센서로 물주는 주기를 확인할 수 있다.(왼쪽), 수분센서(오른쪽)



# 실제 도시농업과 도시농부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그 의미와 가치는 무엇일까요?



스스로 다양한 가치를 찾아내고 있는 도시농부들



서울에 80만, 전국적으로 170만 명의 도시농부들이 활동 중입니다. 초기만 해도 집안의 자투리공간에서 상자에 텃밭을 마련하는 정도였는데요. 이후 스티로폼상자로 기능을 강화했고, 농사를 성공시키기 위한 기술들도 접목되기 시작했죠. 예를 들어, 외출을 오래 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소량의 수분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심지관수 화분이 등장했고, 어르신이나 장애인들도 키울 수 있게 높이를 높인 텃밭도 생겼습니다.
도시농업은 다원적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공기를 순화하기에 환경적인 가치도 있고, 경관을 아름답게 해주기에 미적인 가치도 크죠. 예로부터 이어온 농업문화유산이기에 전통적 가치도 있고, 앞서 말한 것처럼 교육이나 복지의 가치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 더, 저성장시대에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분들 많으시죠? 바로 그 역할도 해내고 있답니다. 기본적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책임지는 것은 물론이고요. 이제 곳곳이 도시화된 세상에서 이러한 가치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최근 도시농업이 농작물을 넘어 관목, 화훼, 곤충까지 확대된 만큼 그 의미와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도시농부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 역시 스스로 삶의 다양한 가치를 찾는 활동이 필요한 시대임을 의미하죠.



# 스마트 벌통을 비롯해 도시농업에 필요한 여러 가지 도구들을 제작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것인지 소개해 주세요.

스마트 벌통은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기구입니다. 기술적인 부분은 전문 메이커에게 의뢰해 제작 중에 있습니다. 도시 농업을 하려면 벌의 도움이 필요한데 벌들이 갑자기 폐사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어요. 온도, 습도 같은 환경과 분봉 시기 등을 일일이 들여다보기 힘들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그래서 벌통에 센서를 장착하고 휴대전화와 연결하여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벌통을 만들게 되었어요. 거의 완료되어 실험단계를 앞두고 있습니다. 앞으로 도시농부뿐만 아니라 벌을 키우는 양봉가들에게도 보급할 예정입니다.
직접 퇴비 제조기를 만들어 본 적도 있어요. 식물을 가꾸는 데 퇴비가 많이 필요하잖아요. 퇴비는 수분과 온도 두 가지 조건만 갖춰지면 쉽게 만들 수 있어요. 버려지는 밥통에 커피 찌꺼기를 활용하여 실험을 해본 적이 있는데 진짜로 퇴비가 만들어지더라고요. 이런 방법에 기술을 조금만 더 보완하면 도시농부들에게 보급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 연구개발 제안을 했는데 아쉽게도 탈락했어요.




수분을 감지하는 밭봇의 모습



# 한 인터뷰에서 도시농부는 메이커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어떤 점에서 닮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도시농부와 메이커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닮은 점이 많아요. 도시농부는 친환경 농업을 지향하고, 자원을 순환시키는 데 관심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직접 손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농사를 짓다 보면 필연적으로 ‘농업의 기술’을 발견하게 됩니다.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이를테면 옥상에서 물을 좀 손쉽게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통풍이 잘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햇빛을 좀더 많이 모을 수 있을까 등을 고민하면서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기술들입니다. 도시농업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여러 가지 소소한 불편함을 해결하려면 도시농부들도 메이커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생산을 해낸다는 점에서도 메이커지만, 저는 다른 면에서도 도시농부가 메이커라고 생각합니다. 도시농부 활동을 하려면 혼자선 힘들거든요. 정보와 기술을 공유해야 한답니다. 이에 도시농부들은 빠르게 커뮤니티를 형성해 정보를 공유하고 기술을 발전시키죠. 그런 의미에서 메이커와 같다고 생각해요. 메이커들도 혼자서 활동하기보다 기술과 활동내용을 공유함으로써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잖아요.



# 도시농부 메이커들의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어떤 게 더 필요할까요? 그리고 도시농업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자신이 메이커인지도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이에 교류를 할 수 있는 장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도시농부를 메이커로 규정하고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정책적으로 마련됐으면 해요. 이제 도시농업은 규모를 확장해 농업도시로 확대될 것이라 전망합니다. 농업도시화가 이루어지면 메이커들이 더 많이 결합될 수 있겠죠. 이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연결과 공유와도 의미가 통합니다. 월가의 짐 로저스는 서울대 경영대 학생들에게 “앞으로 20~30년 안에 농업이 가장 수익성 높은 사업영역이 될 것”이라며, “부자가 되려면 농업 학위를 따라”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도시농업이 메이커와 결합하면 교육의 변화와 더불어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이죠. 어떠세요? 도시농업의 미래가 벌써부터 기대되지 않나요?




백혜숙 전문위원은 도시농업의 밝은 미래를 확신했다.





글. 강숙희 / 사진. 김정호 / 사진제공. 백혜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