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 읽을거리

[커버스토리] 로봇 연구자가 말하는 농업혁신, 그리고 메이커
홋카이도대학 대학원 농학연구원 노구치 노보루 교수
등록일 : 2018-11-15 18:15:22 조회수 : 370

올해 5월, 일본 홋카이도대학 대학원 농학연구원에서 자율주행 로봇 트랙터를 공개해 화제가 되었다. 4대가 함께 움직이는 이 로봇 트랙터는 농장에서 밭 갈기, 씨 뿌리기, 물 뿌리기, 수확 등의 작업을 진행한 뒤 창고로 돌아오는 과정까지 스스로 해낸다. 연구팀을 이끄는 노구치 교수를 만나 농업선진국 일본이 직면한 농업문제와 대안으로서 로봇 트랙터의 역할에 대해 들어보았다.





Q. 교수님께서는 1992년부터 농업용 로봇 연구를 시작하셨는데요, 당시 폐기물을 수집하여 ‘프로토타입 번호1’이라 불리는 로봇을 제작하신 것을 시작으로 현재의 로봇 트랙터에 이르기까지 관련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왔습니다. 우선 이렇게 농업용 로봇 연구에 오랜 기간 동안 매진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노구치 노부로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무인 트랙터



노구치 교수. 농업 로봇 연구는 1991년부터 시작했습니다. 물론, 지금처럼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때부터 이미 일본에서는 고령화로 인한 농업 취업자 감소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농업 노동력이 부족해지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여겨 이에 농업 로봇 연구에 착수하게 되었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농업 로봇은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여겨 일본에서도 관련된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전한 식량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과학기술을 활용한 하드·소프트웨어가 개발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여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하지 않는 영역이었기에 모든 것이 미지의 영역이었지만 저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Q. 교수님께서는 2018년 상반기에 한국에서 개최된 ‘제9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에 참석하셔서 ‘산업과 신기술의 융합, 테크 이노베이션’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정보기술(IT), 로봇, 인공지능(AI) 등의 새로운 기술이 농업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게 될지 교수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특히 농업인들의 일자리 문제 등 비판적인 시각에 대한 교수님의 견해도 듣고 싶습니다.






농학연구원에 방문한 인사들에게 로봇 트랙터 설명하는 노구치 교수



노구치 교수. 지금 일본의 과학 기술 정책은 Society5.0을 기조로 하고 있습니다. Society5.0이란 2016년부터 시작된 일본정부의 ‘제5기 과학기술기본계획’ 속에서 사용되고 있는 개념으로서 수렵사회, 농경사회, 공업사회, 정보사회에 이은 스마트사회를 의미합니다. 일본에서는 현재 사이버스 베이스와 피지컬스 베이스의 융합을 통한 초 스마트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실현하는데 중요한 테크놀로지가 IoT, 빅데이터, AI, 로봇입니다. 제가 소속되어 있는 홋카이도대학 농업대학원 연구팀에서는 농업 분야의 Society5.0의 실현을 목표로 연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향하는 바는 ‘경험과 감의 농업’을 탈피하고 ‘데이터와 로봇을 활용한 농업’입니다. 처음에도 말씀드렸다시피 현재 일본의 농가는 심각한 고령화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신규로 농업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기 때문에 경험에 기반한 숙련된 기술을 전수할 기회도 사라지고 있으며 농업의 생산성 자체가 저하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빅 데이터, AI를 사용하여 숙련된 지혜(암묵적인 지혜)를 형식화하는 것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자리 문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미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해야 할 일은 농업의 작업 내용을 바꾸고, 돈을 벌 수 있도록 하여 매력적인 산업으로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농가는 기계를 운전하는 것을 일로 여기고 있지만, 로봇에게 맡길 수 있습니다. 빈 시간을 사용하여 다른 일, 예를 들어 ‘무엇을 생산할까?’ ‘어디에 팔까?’ ‘어떻게 가공하여 부가가치를 높일까?’ 등 이익에 직결하는 일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됩니다. 경험과 감이 필요 없게 되는 것은 고용 면에서도 지극히 효율적입니다. 또한, 저비용으로 양질의 농산물을 적은 노동력으로 만들 수 있다면, 다음은 식품가공분야의 6차화나 농상공 연계로 이어집니다. 그렇게 되면 지역에 식품 공장이 생기고,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납니다. 아래의 그림은 우리가 지향하는 미래 농업의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식품가공분야의 6차화란 : 1차 산업인 농업과 2차 산업인 제조업, 3차 산업인 서비스·유통업이 모두 한곳에서 이뤄진다는 의미다. 1990년대부터 일본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고, 농업농촌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 활기를 잃게 되자 농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으로 시작되었다.





Q. 라즈베리 파이, 아두이노 등과 같은 디지털 기기의 대중화되고 관련 지식이 오픈 소스로 공개되면서 일반인들 사이에도 로봇 제작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늘어났고 실제로 로봇 전문가의 꿈을 키우는 이들도 있습니다. 로봇제작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격려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노구치 교수. 로봇은 사람을 대신하는 물건으로서 사람을 도와주는 기술입니다. 위험한 곳에서의 작업 등 사람이 싫어하는 작업을 해줍니다. 안전, 안심 사회를 실현하는데 필요한 기술로, 앞으로 점점 그 수요는 늘어갈 것입니다. 단, 사람을 넘는 로봇의 실현에는 아직 연구 개발이 필요합니다. AI의 활용도 기대됩니다. 차세대의 풍족한 사회 실현에 유용한 로봇에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매우 기쁘겠습니다.


Q. 한국에도 메이커들의 창작공간이 생겨나고 있고 농업 분야를 지원하는 메이커 교육 프로그램들도 만들어지고 있지만 아직은 시작 단계입니다. 한국보다 빨리 메이커문화가 도입된 나라이자 농업선진국인 일본의 경우 농업분야의 메이커들을 육성하기 위해 어떤 지원이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소개해 주십시오.




노구치 교수. 일본의 메이커 육성 지원은 주로 스타트업 지원이나 교육 등의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컨설턴트나 싱크탱크 분야에서 기획·실시합니다.
농림수산성, 경제산업성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대학도 수요와 공급을 매칭함으로써 산학 연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홋카이도 대학도 1차 산업의 학생과 민간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연구회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경제산업성에서는 신사업 창출을 위한 인재 육성을 위해 기업 내 유망한 비즈니스 모델에 컨설턴트를 연결하여 벤처기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사업 시작 후 7년 이내의 여성, 30세 미만의 청년, 55세 이상의 노년층에게 저금리로 사업자금을 대출해 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 일본의 메이커들 중에는 특히 전자, 로봇 등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신 분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농업로봇 개발에 매진하고 계신 교수님도 그런 분들 중 한분이라고 여겨집니다. 일본의 농업발전을 위해 메이커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지 소개해 주십시오.




노구치 교수. 농업계 메이커에서는 최근 기존의 농업 분야뿐만 아니라 공업계, 로봇 공학, 정보 통신의 인재들을 찾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분야와의 협업을 하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이나 ‘비즈니스 에코 시스템’이란 발상이 침투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AI, IOT, 빅 데이터 등을 다루는 정보통신계와 로봇 기술에는 농업계 메이커들이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 외부와의 공조를 통해 혁신을 창출하는 것으로 일본 기업의 화두로 등장. *비즈니스 에코시스템(비즈니스 생태계) : 공급자, 유통업자, 아웃소싱 기업, 운송서비스 기업, 기술 제조업자들이 느슨하게 결합된 상호 의존적인 네트워크.


홋카이도 연구팀은 기후·토양 자료를 분석해 질병과 병충해 가능성을 진단하는 농업용 기계 개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노구치 노보루 교수는 “우리가 연구개발한 신기술은 일본 농업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의 식량 생산의 지속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소개한다. 머지않아 농업에 필요한 경험과 감까지도 IT로 보완해 줄 수 있는 농업의 미래가 기대된다.



사진 제공. 홋카이도대학 대학원농학연구원 홈페이지 / 정리.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