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 읽을거리

[커버스토리] ‘IoT 동네고양이급식소’ 제공하는 탠버린 이명엽 대표
결국은 ‘사람’과 ‘공존’을 생각합니다
등록일 : 2018-12-17 16:23:46 조회수 : 610

 

테크놀로지와 아트를 융합한 목공 제품을 목표로 한 스타트업, 탠버린(Tanberine)의 이명엽 메이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17년 간 개발 업무에 몸담았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다. 그가 펼치고 있는 ‘IoT 동네고양이급식소’ 사업은 그저 길고양이 쉼터 제공 사업이라고 단순히 말할 수만 없는 기술기반 사회혁신 프로젝트. 기술이 접목된 작은 급식상자를 통해 고양이의 개체수, 분포 등 빅데이터를 수집함으로써 종국에는 사람과 고양이의 지속 가능한 공존을 생각하는 사회공헌 사업이다. 현재 각 지역의 돌보미 네트워크 및 서울의 13개 대학과 연계해 진행 중이다.

 

 

 


Q. 목공과 IT를 결합한 메이킹 활동을 하고 계시는 데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세요.

 

 

 



A. 제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할 때 프로토타입을 보다 잘 구현하려고 주말마다 목공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게 재미있었어요. 차츰 밀링, 선반, 용접, 3D 프린터, 아두이노(간편한 제어 장치의 하나로, 오픈 소스 하드웨어이다), CNC(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 등 연관된 것들을 하나씩 배우게 됐죠. 그러다가 4년 전에 IT와 목공을 융합한 제품의 기획, 제작을 목표로 탠버린이라는 회사를 시작했어요. 우선은 ‘스마트 가구’ 쯤으로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쉬운데, 제가 생각한 궁극적인 목표는 테크놀로지와 목공 그리고 예술이 융합된 제품을 제작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금속이나 플라스틱 등 다양한 소재를 생각해봤는데, 우선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현실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게 목공이에요. 한 마디로 예술이 녹아 있는 인터랙티브 제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동네고양이들을 위한 IoT 동네고양이급식소와 CNC로 제작한 고양이 놀이터

 


Q. ‘IoT 동네고양이급식소’라는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 중이신데,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A. 네, ‘IoT 동네고양이급식소’를 제공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참, 요즘은 길고양이라 하지 않고 ‘동네고양이’라고 불러요. 동네고양이를 위해 제가 고안해 만든 고양이 급식소(고양이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센서가 달린 가로, 세로로 30센티미터 남짓의 원목 상자)를 무료로 제공하는 사회봉사 활동입니다. 서울시 동물보호과와 연계해서 진행하고 있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회혁신 사업이죠.
원래 목표는 단순히 동네고양이들이 먹이를 얻을 수 있는 급식소를 제공한다는 데만 머물지 않아요. 급식소에 고양이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해두고, 먹이를 먹으러 찾아오는 고양이의 방문 횟수와 분포 등 객관적인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입니다. 또 동네고양이의 중성화를 통해 결과적으로 개체수가 증가하지 않는다는 과학적 수치를 제시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대개 사람들이 동네고양이를 싫어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사적인 주거공간 침해와 발정기의 거슬리는 울음소리잖아요. TNR 즉 중성화 시키면 발정기의 그 소리도 완화할 수 있다고 하거든요. 이렇게 동네고양이의 개체수가 증가하지 않고 일정 수를 유지한다는 것을 알기만 해도 사람들의 인식이 바뀔 수 있다고 봅니다. 보다 정확한 과학적 데이터를 통해 사람과 고양이가 서로 피해를 주지 않고 함께 공존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최종 목표이고 바람입니다.

 

 

 

 

 


 


Q. 많은 급식상자를 제공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A. 모두 저희가 제작해서 제공하는 건 아닙니다. 기본적인 운영 형태는 동네고양이급식소를 요청해오면, 저희는 각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만큼 급식상자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작업 공간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저희가 입주해 있는 서울혁신파크 내 메이커 스페이스인 서울이노베이션팹랩에 작업 공간을 마련해두고 있죠. 필요한 분들이 와서 필요한 만큼 직접 만들어가니까 관심도 더 많이 가지고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른들뿐 아니라 아이들도 함께할 수 있고요.


Q. ‘IoT 동네고양이급식소’를 시작한 이후 사회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는지 궁금해요.

 

 

 

 



A. 시작한 지 2년이 지났는데, 아직은 성과를 자랑할 만큼은 아니에요. 하지만 서울 각 지역의 많은 캣맘(돌보미)들이 꾸준히 봉사하고 계시고, 서울시 동물보호과와 연계해 네트워크를 계속 확산해 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데이터 확보에 수월한 서울 지역 13개 대학과 연계한 활동이 활발하지요. 이화여대의 참여도가 무척 높고, 국민대 캠퍼스에는 고양이들이 산책하듯 자유롭게 돌아다니기도 하는 등 분위기가 참 좋아요. 서울시와 구청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계속 홍보를 하며 참여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IoT 동네고양이급식소 프로젝트에 참여한 대학생들. 서울 지역 13개 대학과 연계하여 캠퍼스에도 설치하고 있다.

 


Q. 사람과 고양이의 지속 가능한 공존을 생각하는 사회공헌 사업에 주목하신 이유가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

 

 

 

 

 



A. 메이커로 활동을 시작한 초반에 CNC를 배울 때 첫 작품으로 캣타워(고양이 놀이기구)를 만들었어요. 작품으로 만들기에 적합한 아이템이었어요. 사실 손이 너무 많이 가는 작업이라 쉽지 않았지만 몇 대를 실제로 판매하기도 했죠. 그때부터 고양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저도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됐어요. 흔히 동네고양이들을 딱하게 생각해 먹이를 줘서 살이 찐다고 생각하잖아요. 실제로는 보살핌을 받다가 버려진 유기묘들이 더 뚱뚱합니다.
그리고 재건축을 하면 동네고양이들이 다른 살 곳을 찾아 이동할 거라 생각하지만, 민감하고 낯을 가려서 많은 고양이가 죽는다고 해요. 그 사체 처리 문제 등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사실들이 무척 많아요. 더 들어가 보면 이것은 결국 사람의 문제입니다.



Q.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겪게 된 어려움이나 깨달은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가장 곤란한 점은 역시 사람들의 인식의 차이가 아닐까 싶어요. 처음에는 급식소를 예쁘게 만들었어요. 좀더 예쁘고 아늑하게 만들면 좋겠다 싶었죠.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예쁘니까 누군가 가져가는 거예요. 더 심한 건 그냥 부시는 거였고요. 사람도 못 먹는 처지에 있는 이도 있는데 하물며 고양이한테 먹이를 주느냐는 심리가 있는 거죠. 그리고 자원 봉사하시는 캣맘들도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애틋한 마음에 조금씩 돌봐주기 시작하다가 중단할 수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처음에 저는 6개월에 이 프로젝트를 끝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단기에는 힘들다는 걸 알았어요. 이미 동네고양이를 테마로 하는 기존 스타트업이나 메이커들도 많은데, 모두들 돈과 시간 때문에 힘들어 하거든요. 천천히 오래 해야 할 일입니다.

 

 

 

 

 


IoT 동네고양이급식소를 제작하는 작업공방

 


Q. 요즘 다양한 분야에서 메이커 운동이 불고 있는데, ‘지속가능’이라는 측면에서는 어떤 메이커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A. 지속가능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선한 동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어딘가 도움이 필요하면 내 손으로 뚝딱 만들어내기가 수월하니까요.
대부분의 메이커들은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강하고 열린 마음과 선한 동기를 가진 것 같아요. 이런 선한 동기와 다양한 기술로 좋은 결과를 내면 사람들이 모이고, 결국 진정한 혁신과 발전에 필요한 “진짜” 빅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고 봅니다. IoT 동네고양이급식소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도 단지 고양이 문제 해결에만 쓰이지 않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결국은 ‘사람’을 위한 기술기반 사회혁신이 우리 메이커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Q. 끝으로 메이커로서 꼭 만들어보고 싶은 것이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A. 내년에는 서울시와 연계해 IoT 동네고양이급식소 프로젝트를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워크숍을 통해 인식 개선을 위해 힘쓸 계획입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프로젝트와 서울시의 유기동물 관련 정책을 알리고 급식소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게 할 생각입니다. 아울러 탠버린 본연의 목표대로 아트와 테크놀로지, 목공이 융합된 제품을 꾸준히 연구하고 제작해나갈 계획이에요. 우선은 일반 가게의 광고용 오토마타 작품부터 곧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명엽 대표는 필요와 즐거움으로 빠져든 메이커의 길이지만 들어갈수록 현실적으로 만나게 되는 어려움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어려움은 미리 생각하지 못했다 뿐이지 해결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 동네고양이급식소 프로젝트처럼 조금 돌아가거나 방법을 수정하고, 조급해하지 않으면 된다. 자신이 가진 기술로 사회에 변화와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명엽 대표에게서 우리가 내심 기대하는 메이커 정신의 한 면을 본 것 같다.

 

 

 

 

 

 


2019년에는 서울시와 연계해 IoT 동네고양이급식소 프로젝트를 알리기 위한 워크숍을 계획하고 있다.

 

 

 

 

 

 

 

글. 최지영 / 촬영. 이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