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 읽을거리

[커버스토리] 메이커로 인생이모작을 풍부하게
메이커스페이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실감하게 하다.
등록일 : 2019-01-15 12:42:14 조회수 : 956




원장으로 취임한지 보름 만에 우리 원이 운영하는 메이커스페이스인 ‘메이커스튜디오(Maker Studio)’를 갔는데, 아직도 잊지 못할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3D프린트, 레이저커터, CNC 등 과거에 일반인들은 보기도 어려웠던 도구들을 무료로 사용하고, 짧은 시간의 교육으로 작동시키고, 이런 디지털 장비의 도움으로 평범한 사람들도 일상 생활 속에 떠오르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현실의 물체로 만드는 것을 보면서 다시 한 번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간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다. 또한 90년대부터 들어왔던 다품종소량생산시대가 드디어 이렇게 실현되는구나 하는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우선 메이커교육을 컴퓨터 활용 교육처럼 어린아이들부터 노인들까지 4차 산업혁명시대를 느끼고 준비하게 하는 일종의 ‘교양교육’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메이커


메이커 활동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10월 26일에서 28일까지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후원하고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과 ㈜팹몬스터, 부산국립과학관이 공동으로 주최한 제2회 ‘헬로 메이커 코리아(Hello Maker KOREA)’에는 예상과 달리 오륙십 대의 참가자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은 메이커동아리로 은퇴자의 즐거운 삶을 누리고 있거나, 새로운 창업을 준비하거나, 메이커교육 강사로 새로운 도전 계획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메이커 운동의 허브인 ‘테크숍’의 최고경영자이자 대회의 연사로 초청된 마크 해치(Mark Hatch)의 말대로 ‘발명가, 공예가, 기술자 등 기존의 제작자 카테고리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손쉬워진 기술을 응용해서 폭넓은 만들기 활동을 하는 대중’인 메이커는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나 될 수 있음을 이날 행사에서 직접 본 것이다.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아)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역시 즐겁지 아니 하겠는가



메이커 운동은 자발적 학습이라는 측면에서 평생학습의 취지와도 잘 맞는다.



공자님은 ‘배우고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라며 학습의 중요한 의미가 즐거움에 있음을 말했다. 은퇴 후 노년의 삶을 즐겁고 행복하게 하자는 것이 평생교육의 중요한 기능이고 실제 평생학습을 통해서 은퇴 후 즐거운 생활을 보내는 분들이 많다. 왜 학습이 즐거운가? 인간의 본질을 충족시키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환경인 자연에 순응하여 적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환경을 파악하고 환경을 활용하여 자기의 뜻대로 살고자 하는 존재이며,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까지 변화시키는 존재이다. 그렇게 살며 활동하는 과정이 삶이며 동시에 배우고 깨닫고 성장하는 학습과정이다. 시험점수를 높이기 위한 학습, 취업을 하기 위한 학습 등 우리 삶의 전체와 동떨어져있고 일부만 과하게 강조된 강제학습은 즐거움이 빠진 고역 같은 노동과 같다.

평생교육은 넓게는 출생부터 죽을 때까지 전 생애에 걸친 교육을 의미하며, 좁게는 유초중고대학을 떠난 성인들을 위한 학교 밖 교육을 의미한다. 모든 교육이 학습자의 자발적 학습을 중시하지만 특히 평생교육은 가르치고 가르침을 받는 것보다 스스로 또는 서로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 중시된다. 그래서 입시나 취업에 영향을 덜 받는 평생교육에서 학습의 본래적 의미가 더 살아날 수 있다.

메이커운동은 4차 산업혁명뿐만 아니라 평생학습의 취지와도 딱 맞다. 메이커운동은 만들고 배우고 나누는 3가지 과정이 있다. 나는 메이커운동이 지속되고 확산되는 원천에도 학습처럼 만들고 배우고 나누기가 인간의 본질을 충족시키는 활동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호모파베르(Homo Faber)라는 말처럼 인간만이 생활에 필요한 물질과 그것을 만드는 도구를 만들 수 있다. 인간은 자연에 순응하여 적응하기만 하는 동물과 달리 자연을 변화시켜 원하는대로 살고자 노력하고 그렇게 살아온 존재다. 만들고 생산하고 창조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본성대로 사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지만 평범한 일반 대중이 생산과 만들기와 창조에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사회의 민주화와 손쉬워진 기술과 공공의 스페이스와 장비를 통해 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인간 본성에 맞게 만들고 창조하고 생산하는 즐거움을 누리는 시대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의 본성은 함께 함에 있다. IT기술의 발전과 민주화는 공유를 가능하게 함으로서 함께 함을 확대시키고 있다. 메이커운동은 앞으로 창작자와 작업자의 분리, 배움과 노동의 분리, 소유자와 생산자의 분리로 인한 즐거움의 상실을 끝내고, 이들을 통합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만들고 배우고 나누는 즐거움을 맛보는 미래사회를 만들어가는데 중요한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 때가 되기 전이라도 시험과 취업과 생계를 위한 학습과 노동에서 은퇴한 사람들은 메이커 활동을 통해서 이런 즐거움을 직접 누리고 나아가 청장년 세대들에게 보여주고 전파하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



공간과 장비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누구나 쉽게 만드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중장년기술창업에 메이커를 접목

어떤 사람이든 사회경제활동을 그만두어야 하는 나이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었어도 경제적 이유로 활동을 지속해야 할 수도 있고, 돈이 목적이 아닌 그 활동 자체가 즐거울 수도 있으며, 신체적, 지적 능력이 젊은이 못지않아 오히려 더 많은 활동을 요구 받기도 한다. 대부분의 ‘어느 정도 나이 든 사람들’이 신체적으로는 건강하지만 정보와 기술, 지식과 인맥에서 젊은이들과 경쟁하며 일하기에는 벅찬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50대 이상의 시니어들이 기존에 익숙한 일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새로운 사회경제적 활동에 도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것도 평생학습의 중요한 기능이다.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에서는 몇 년째 중장년기술창업지원센터를 운영하며 기술을 갖고 있는 시니어들의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11월말에 중장년기술창업지원센터 아래에 작은 메이커 스페이스(팹랩 금정)를 개소했다. 청소년부터 노인들까지 남녀노소가 메이커로 거듭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청년들이 많이 모이는 서면에 차린 메이커스튜디오에도 낮시간에는 은퇴자들이 많이 오신다. 부산은 지난 20세기 후반 대한민국 제조업의 30%를 이끌어 나갈 정도의 제조업 메카로서 위상을 발휘했다. 그 당시 주역이었던 시니어들, 특히 만들고자 하는 DNA를 가진 시니어(은퇴자)가 자발적으로 메이커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그들뿐만 아니라 젊은 청년, 그리고 자라나는 주니어들에게 더없이 좋은 밑거름이 되고 있다.




평생교육은 시니어와 주니어가 소통하는 세대간 융합을 지향한다.



부산의 50+세대는 농업부터 공업에 이르기까지 손작업의 경험과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농촌을 떠나오면서 그들의 기술이 사양화되고, 육체적으로 견디기 힘들어 그 기술을 이어갈 후배들이 들어오지 않는 등 다양한 이유로 몸으로 익힌 기술과 기능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메이커운동과 결합함으로써 부산이 새로운 메이커시티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자체 정책으로 수많은 시니어 메이커가 배출되고 있다. 이들은 메이킹을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 시키면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어갈 또 다른 주체로서 도약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지역의 젊은이들은 창업을 위해 상상하고 만들고 있지만, 노하우가 없고 사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적지 않은 이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하지만 평생교육에서의 메이커 운동은 메이커 영역은 젊은 사람들이 개척해야 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고 시니어와 주니어가 소통하는 ‘세대간 융합’이 이뤄지는 문화 활동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즉, 평생교육에서의 메이커는 주체적인 학습뿐만 아니라, 세대를 관통하는 분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 박영미 원장(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 / 사진제공.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