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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마음껏 뭐든 만들어봐!” 버넷 크릭 초등학교 교장, 맷 리데노어
등록일 : 2019-02-24 11:55:07 조회수 : 749

미국 인디애나 주에 있는 버넷 크릭(Burnett Creek) 공립초등학교는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메이커 스페이스를 조성, 학생들에게 메이커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직접 메이커 스페이스를 조성한 맷 리데노어(Matt Ridenour) 교장은 작은 툴만 있다면 다양한 방법으로 메이커 교육을 시작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 당신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저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위치한 공립 초등학교인 버넷 크릭 초등학교의 교장입니다. 학생 수는 약 720명이며, 다양한 사회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전체 학생의 30% 정도가 무상급식 대상자인 반면, 인근에 퍼듀대학교(Purdue University)가 있기 때문에 교육 수준이 높은 부모를 둔 학생들도 많이 있습니다.



# 당신의 유년시절이 궁금합니다.

저는 낙농업을 하는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손을 써서 일하는 것과 문제 해결은 농가 삶에 스며든 일상이었습니다. 농장의 특징은 스스로 고장난 것을 고칠 줄 아는 자립적인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단순히 재조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기능이나 목적에 맞게 다양하게 변형해서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돈을 아낄 수 있는 어떤 방법이든 농가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들 그랬겠지만, 저도 자랄 때 블록 장난감을 많이 가지고 놀았고, 그다음엔 나무들, 그다음엔 요즘 나오는 최신 기기들로 대체됐습니다. 그게 무엇이든 원리는 똑같습니다. 각각의 구성요소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상호 보완하는지를 발견하면, 그다음부터는 거의 모든 것을 만들 수 있게 된다는 것을 깨쳤습니다.



# 당신의 메이커 교육에 대한 철학은 당신의 유년시절과 연관 지을 수 있을 듯합니다.

아버지는 공예 교사이기도 하셔서 항상 직업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나는 농가에 남아 가업을 물려받는 대신 대학 진학을 하게 되었지만, 항상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에 가치를 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학생들의 잠재된 창의력을 발현하게 해 주는 메이커 운동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무엇이든 균형이 중요한데, 학생들이 학업적 기초를 단단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지식을 자신의 관심 분야를 탐구하는 데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메이커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고 합니다. 미래 역량을 잘 길러서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가 될 것인가. 혹은, 하고 싶거나 필요한 일이 있으면 뭐든 시작해 볼 수 있는 앙터프러너(Entrepreneur, 기업가)로서의 자질을 갖출 것인가. 나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요즘 시대에는 기업가 정신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가치 있게 여겨집니다. 메이커 운동이 모든 학생들 안에 있는 잠재성을 깨워줄 것이라 믿습니다. 항상 아이들에게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마 언젠가는 학생 중에 한 명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일하지 않을까?”



# 교장 취임 이후 메이커 스페이스를 조성하셨다고요?

2017년 1월, 교장이 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메이커 스페이스를 만들 준비를 한 것입니다. 사실, 초등학교에 메이커 스페이스를 만들고 싶어서 교장이 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학교 운영위원회를 설득해서 예산을 받기 위한 제안서를 함께 쓰기도 했고, 전체 학부모들에게 메이커 교육의 필요성과 후원금 모집에 대한 내용을 진심을 담아 이메일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이메일의 힘, 연결의 힘을 느꼈습니다! 학부모 중에 퍼듀대학교 디자인학과 교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마침 그 교수가 원더랩(Wonder Lab*) 담당자였고, 그 역시 대학 인근 학교들 중에 함께할 파트너를 찾고 있었습니다. 내가 생각만 가지고 실행하지 않았더라면 학부모 중에 이런 연결고리가 있는 줄도 몰랐을 것입니다.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일을 실행에 옮기면 기회가 생긴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우리 학교에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는 2017년 11월에 퍼듀대학교 원더랩의 첫 번째 주니어 버전 프로그램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10대의 3D 프린터와 더불어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STEM 교육 키트를 제공받았습니다. 공과대학으로 유명한 퍼듀대학교 덕분에 랩(Lab)실 등과 연계해 STEM 교육을 접목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버넷 크릭 초등학교의 메이커 스페이스 모습



* 참고: Wonder Lab (www.wondermakerspace.com)원더랩은 퍼듀대학교에서 시작된 일종의 공익사업으로 청소년들에게 만드는 공간을 제공하고 경험하게 함으로써 창의성을 키우고 만드는 것의 즐거움을 가르치는 곳이다. 미국, 중국, 한국에 원더랩이 있다.


# 왜 메이커 스페이스여야만 했나요?

아버지는 나무 등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여 어떻게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관심이 많으셨습니다. 공예, 만들기 등의 과목이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1970~80년대에 한창 유행이었습니다. 교육에도 흐름이 있는데, 현재 미국에서는 직접 손을 사용해서 무언가 만드는 스킬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기 어렵습니다. 일터에서도 점점 더 ‘자기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찾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우리 학교 주변에는 공장이나 목공소, 퍼듀대학교 같은 곳이 있으니 주변 자원을 잘 활용하고 싶었습니다. 이 학교에 오기 전에는 6년간 중고등학교에서 영어교사를 했고, 그때도 프로젝트 중심 수업으로 진행했습니다. 교장이 되고 나서 학생들에게, 특히 유년기를 보내는 학생들에게 마음껏 뭐든 만들어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고 싶었습니다.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자유롭게 만들어보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 어떤 학교라도 메이커 교육을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조언을 해주신다면?

예산이 없어서 못하거나, 학교 구성원들이 동의하지 않아서 못한다고 하는 건 다 핑계에 불과합니다. 적절한 사람과의 연결점만 찾는다면 누구든지 시작할 수 있습니다! 메이커 스페이스를 만들려면 2만 달러(한화 약 2,000만 원)는 있어야 된다고들 하지만, 우리 학교는 400달러(한화 약 40만 원)로 시작했습니다. 꼭 공간과 도구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작은 툴과 의지만 있다면 다양한 방법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학생, 교사와 함께한 맷 리데노어 교장의 모습



학교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우리 학교 현실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시작할 수 있을지 브레인스토밍을 해보길 권합니다. 우리 학교도 처음 제가 이야기를 꺼낸 뒤 1~5월은 계획을 세우는 준비 기간으로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여름 방학 기간을 이용하여 방치되어 있던 오래된 컴퓨터실을 새로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컴퓨터 대신 크롬북, 아이패드를 사용하니까 그 공간을 메이커 스페이스로 만들자는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죠. 8월에 공간 디자인을 하고, 사용 규칙을 정하고, 오픈했습니다.


# 3D 프린터, 키트 등의 도구도 좋지만, 무엇을 만들지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콘텐츠는 어떻게 결정하는지요? 자유롭게 학생들이 메이커 스페이스를 사용 하는지, 아니면 수업 내용과 연계되어 있는지요?

2017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오픈했으니 사실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현재는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툴(tool)들과 친해지는 단계입니다. 종이 박스부터 시작해서 블록, 로봇 회로, 바느질, 3D 프린터, 코딩, 게임 디자인 등 모든 재료들은 다 있습니다. 학생들이 먼저 알아서 사용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손에 익히게 하고 있습니다. 첫 단계는 ‘무엇을’ 만든다가 중요하기보다는 무엇을 ‘만든다’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5살짜리도 여기 들어오면 11살 언니 오빠들과 같이, 나이에 상관없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교사들 역시 익숙해지는 단계입니다. 교사들은 기본적으로 본인들이 상황을 조정하려고 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기존의 습관들을 버릴 수 있도록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합니다. 현재 교사들은 STEAM 과목과 연계해서 커리큘럼 중에 메이커 스페이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나 사용이 의무는 아닙니다. 얼마나 자주 사용하고 싶은지는 교사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것과 별개로 학생들은 자유롭게 이용하고 싶을 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공간이 크지는 않지만 한 번에 30명 정도의 학생까지 수용 가능합니다.




3D 프린터 앞에서 결과물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학생



초기 적응 단계가 잘 끝나면, 궁극적으로 체인지메이커들을 길러내는 메이커 교육을 하고 싶습니다. 지역에서의 메이커 스페이스는 팔이 불편한 사람의 의족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커뮤니티에 기여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학교 안에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이지만 학생들이 지역사회의 문제를 발견했을 때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 버넷 크릭 초등학교가 어떤 학교이길 바라나요?

가장 첫 번째로 학생들이 아이답길 바랍니다. 미국도 대부분의 학교들은 학생들에게 학업 스트레스를 많이 줍니다. 하지만 버넷 크릭 학교 학생들만큼은 시험이나 학업에 이끌려 다니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즐거운 경험들을 통해 긍정적인 자존감을 형성해 가면 좋겠습니다.




식당처럼 꾸며놓은 교실 모습



메이커 스페이스가 생기기 전, 학교 설립 이래로 지켜온 철학이 있습니다. 바로 커뮤니티 만들기. 학교에 있는 전 교직원과 학생들, 학부모가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커피숍, 식당, 오락실 등 각 교실마다 다른 주제로 공간을 꾸미고 옷도 맞춰 입는 등 각 반들이 또 하나의 커뮤니티가 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학생들이 좀 더 배움에 몰입하고 관계 맺기를 잘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에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IT 제품이나 최첨단 기술 등에 관심이 많아서 한국의 교육 환경이 어떨지 궁금해 교류했으면 좋겠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많은 것들이 비슷할 것 같아 많은 기대가 됩니다.




글. 김하늬(유쓰망고 대표) / 사진. 맷 리데노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