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 읽을거리

[커버스토리] “부담은 줄이고 의욕은 살리는 메이커 웨이를!”
용도변경 김성수 대표
등록일 : 2019-02-26 21:52:17 조회수 : 990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분야가 함께 어우러진다는 의미의 무규칙이종결합공작터 ‘용도변경’ 김성수 대표. 뜻을 같이 하는 메이커들과 용도변경이라는 공식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한 건 2011년 대전에서부터다. 이후 2012년 첫 메이커 페어부터 2018년까지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장수 메이커로, 2017년 서울로 이전한 후에는 주로 코칭과 멘토링 활동을 하면서 당초 목표인 1인용 전기자동차를 완성할 스페이스를 찾고 있다. 무엇보다 메이커 문화의 지속 및 확산을 위해 할 이야기가 많은 구루 중 한 사람이라 하겠다.



무규칙이종결합공작터인 ‘용도변경’을 운영하는 김성수 메이커



Q. 국내 메이커의 초창기 멤버로서 꾸준히 활동하고 계신데, 현재의 근황을 소개해 주세요.

A. 우선 제 본업은 다양한 분야의 시제품 개발과 제작, 미디어아트 협업 등이었어요. 쉽게 말해 기업이나 기관의 홍보성 전시나 이벤트에 쓰이는 여러 가지 디바이스를 제작하는 겁니다. 주로 일회성이거나 한시적이니 양산이 불가능하고 쉽게 구할 수 없는 것들이죠. 제가 좋아서 이것저것 만들다보니 그것이 일로 연결되면서 의뢰가 들어오곤 했었는데, 여러 가지 예상치 못한 애로사항도 있고, 외부의 주문으로 만드는 것에는 제가 그리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더 라고요. 지금은 주로 코칭이나 멘토링 활동을 하고 있어요. 메이커 입문자들을 위한 워크숍을 진행하거나 각종 과학 관련 경진대회 심사위원으로 초대되기도 합니다.
메이커로서 최근에 재미있게 몰두했던 작품은 FPV(First Person View, 1인칭 시점) RC 카인데,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진행했던 이벤트 때 만들었어요. ‘수장고를 부탁해’라는 이벤트로 과학관에서 썼던 기존의 전시품들을 개조해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미션이었고 모두 10개 팀 20여 명이 참여했어요. 지난해 상암동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2018 메이커 페어에서도 DIY 전동카트 레이싱(일명 ‘카트 어드벤처’)에 참여해 2등을 했고, 원래 목표로 몇 년째 만들고 있는 1인용 전동자동차는 자전거 바퀴를 활용해 삼륜 프레임까지 만든 상태입니다.




사탕 3D 프린터, 케이크 3D 프린터, 더치 커피 메이커, 막걸리 병을 활용한 전등 등
만들고 싶은 것은 웬만한 건 다 만들었다는 김성수 메이커의 작업실



Q. '용도변경‘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메이커스페이스로 꼽히는데, 시작하게 된 계기와 어떤 곳인지 소개해주세요.

A. 원래 기계공학도였던 저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창업도 했었어요. 정부지원금까지 받아서 꽤 호기롭게 시작했던 인터넷 쿠폰 사업을 한 3년간 했었는데 잘 안돼서 부모님이 계신 대전으로 내려갔죠. 시간적 여유도 있고 어릴 때부터 원래 만들기를 워낙 좋아하던 터라 뜻이 맞는 친구, 선후배들과 함께할 수 있었어요. 사진작가, 프로그래머, 화가 등 각자 자신의 일을 하면서 2011년부터 ‘용도변경’이라는 이름으로 메이커 활동을 시작한 거죠. 사진하는 친구의 스튜디오를 공작터로 썼는데, 마당까지 딸린 넓은 공간이라 자그마한 전자회로부터 초대형 용접 작업까지 마음껏 할 수 있었어요. 6개월 동안은 매주 워크숍을 열었고, 2012년 첫 ‘메이커 페어’부터 2018년까지 매년 참가했어요. 각자 자신의 것을 만들기도 하고 합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죠.




용도변경 사무실의 간판을 겸하는 알림판



Q. 메이커 문화 확산의 걸림돌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A. 일반적으로 손으로 하는 것들을 경시하는 인식, 심하게는 무시하는 경향을 꼽을 수 있어요. 소위 관리자 모드라고 할까요. 기업이나 연구소의 경우 직접 실험하는 것을 경시하는 풍조가 여전하거든요. 아이디어나 설계를 직접 만들어보고 실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도출되기도 하는데, 이를 다른 데에 맡겨버리면 새로운 개발의 기회를 읽어버리는 격이죠.



Q. 메이커 활동에 대한 지원이나 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A. 메이커의 세계는 수익성을 따질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메이커가 많아지면 그 중에서 창업자는 자연히 나타나게 마련인데, 결과에 대한 부담이 가중 되면 만들기 의욕이 저하돼서 메이커가 늘어날 수가 없어요. 그러므로 정부 지원 사업이 처음부터 창업 드라이브와 직접 연결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수많은 기술들, 즉 테크트리가 쌓여서 성과를 내는 거죠. 창업대회 심사를 나가보면 제대로 이해하고 접근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창업을 먼저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재미있어 보이는 것을 따라서 만들어보는 경험이 축적돼야 실질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기반이 됩니다. 쓸 만한, 특허가 될 만한 아이디어는 그 이후에나 기대할 수 있어요. 따라서 큰 비용을 들이기보다는 기존의 메이커들을 최대한 많이 발굴해 공간이나 임대료, 장비 같은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최소한의 지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합니다.

또 교육 프로세스 측면에서 보면, 메이커들이 경험하는 모든 방법과 과정, 즉 메이커 웨이를 경험하는 것은 최적의 공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다만 현재 교육 현실을 보면 왜 만들어야 하는지, 전체 시스템은 어떤지에 대한 이해 없이 조각조각 나눠서 당장 만드는 것부터 가르치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저는 메이크 활동이 하나의 시나리오나 시, 소설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의미 없는 조각들을 가르치기보다 하나의 의미를 지닌 창작품으로 접근하면 보다 큰 가치가 지닌다고 할 수 있죠.




김성수 메이커가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1인용 전동자동차를 완성해 보는 것이라고 한다.



Q. 입문을 생각하고 있는 예비 메이커들을 위해 조언을 들려주신다면?

A. 메이킹은 프로젝트를 베이스로 하니까 하나를 만들다 보면 필요한 부품에 대한 지식도 얻게 되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서 들여다보면 알게 되죠. 또 한 번에 성공할 수가 없으니 문제해결 방법도 생각하게 되고 여러 번 실패하다 보면 실패는 과정일 뿐이지 결과가 아니라는 걸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이보다 더 좋은 공부는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인터넷에 굉장히 많은 정보가 올라와 있어요. 유튜브, 블로그, 심지어 부품 제조 회사의 사이트에도 매일 수많은 재미있는 사례들이 올라오거든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거나 시작이 힘든 분이라면 우선은 따라서 만들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감자 쏘는 총 같이 쓸모없는 것일지라도 따라서 많이 만들어본 경험이 다 도움이 되는 거죠. “이거 만들어서 먹고 살아요?”라고 질문할 때 가장 황당합니다.



Q. 주변에 활동중인 흥미로운 메이커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종훈이의 개인작업실’을 운영중인 이종훈 메이커가 있어요. 이 분의 “useless machine(세상에서 가장 쓸 데 없는 기계)”은 말 그대로 스위치를 똑딱! 켜보는 게 전부인 기계예요. 재미있죠. 개인 공구와 생활용품들을 직접 만드시는데, 더치커피 메이커, 전기자전거 키트, 무전원 체열발전 플래쉬라이트, 자동조절 Table Saw, 체온에 따른 속도조절 Fan 컨트롤러, 스마트 글루건, 충전드릴 배터리 호환 인두기 등 다양합니다.




2011년부터 ‘용도변경’이라는 이름으로 메이커 활동을 시작, 현재는 코칭과 멘토링활동까지 겸하고 있다.
따른 속도조절 Fan 컨트롤러, 스마트 글루건, 충전드릴 배터리 호환 인두기 등 다양합니다.



Q. 지속적으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나 꼭 만들고 싶은 것을 소개해주세요.

A. 앞서 말씀드린 1인용 전동자동차는 3륜 자전거 프레임까지 만들었으니, 그걸 전동화하고 케이스를 씌워서 춥고 비올 때도 탈 수 있는 자동차를 완성하고 싶어요. 또 PC방처럼 RC방이나 FPV방 같은 것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국내 메이커 활동의 초창기부터 지속적으로 활동해온 김성수 메이커. 그는 오래도록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만큼 무규칙 이종결합 아이디어도 다양하고 향후 메이커 문화 확산을 위한 개선점과 전진 방향에도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 자유분방한 메이커의 사고와 두 손을 옥죄는 부담을 걷어내지 않으면 국내 메이커 문화의 융성을 장담할 수 없을 거라는 그의 일침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글 /최지영 사진 /김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