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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이슈] 우리의 열정에는 쉼표가 없다
등록일 : 2018-01-02 01:23:42 조회수 : 585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상황은 없다.

당신에게 중요해서 결국 그 일을 하고야 말 것이라면 ‘언젠가’ 타령만 하지 말고 지금 당장 하라.”

 

자신의 생각을 즉시 실천하는 행동파로 독특한 이력을 쌓은 미국의 사업가이자 저술가 티모시 페리스의 조언이다. 고3 시기임에도 꿈을 위해 행동하는 이 두 그룹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코딩 무료교육에 나선 고교 단체 ‘설리번프로젝트’와 고교 메이커 동아리 ‘RAM’이 주인공이다.

 

 

 

4차산업혁명을 말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메이커’다. 4차산업혁명을 막연하고 거대한 변화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메이커 역시 거창하고 어렵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복잡한 설명을 빼고 최대한 간단하게 메이커를 표현하면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무언가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메이커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메이커가 되기란 어렵지 않다. 언젠가의 먼 훗날이 아니라 지금 당장 행동하면 된다.

 

시기에 구애받지 않고 즉시 행동하는 고3 메이커들이 여기 있다. 설리번프로젝트의 이찬희 씨는 고3을 앞둔 시기에 설리번프로젝트를 만들고 졸업할 때까지 무료 코딩교육 봉사활동을 펼쳤다. 지금은 설리번교육연구소를 설립하고 설리번프로젝트 후배들을 지원하는 한편 ‘에이비일팔공(ab180)’의 개발자로 활동하고 있다.

 

용인 태성고등학교 메이커 동아리 ‘RAM(Researchers And Makers)’의 설립멤버인 심재광 군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도 꾸준히 연구와 메이커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자유로운 메이커 활동을 지향하면서 활동해온 가운데 방학을 앞두고 더욱 가슴 설렌다. 메이커페어에 출품할 작품을 본격적으로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헬렌에게 설리번의 기회를!

 

설리번프로젝트의 모토는 ‘모든 헬렌에게 설리번의 기회를’이다. 어린 시절에 걸린 병의 후유증으로 청각과 시각을 잃었으나 가정교사인 앤 설리번의 도움으로 큰 배움을 얻고 결국 작가, 교육자이자 사회주의 운동가로 성공한 헬렌 켈러의 일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웹 서비스 코딩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친구와 후배들에게 궁금해 하는 것들을 알려주었어요. 잘 가르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친구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어요. 내가 조금이라도 어렸을 때 누군가 코딩을 가르쳐주었다면 지금보다 더 명확하게 꿈을 향해 가고 있지 않을까, 나라도 친구들의 배움에 도움이 되도록 곁에서 지켜봐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설리번프로젝트 설립에 구심점 역할을 했던 이찬희 씨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이런 생각을 실천에 옮기려 할 때 영화 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어떤 상황에서도 헬렌 켈러를 포기하지 않는 설리번 선생님의 ‘참교육’을 우리도 실천하자는 결심을 했다. 이찬희 씨는 친구인 김동우 씨, 배주웅 씨와 뜻을 모아 코딩교육 프로젝트 봉사단 ‘설리번’을 만들었다. 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 2학년 2학기 중반이던 2015년 10월 무렵이었다.

 

대상은 뚜렷했다.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싶지만 돈이 없어서 배우지 못하는 친구, 코딩에 관심은 있지만 자신이 없어서 망설이는 친구, 딱딱한 코딩 교육 때문에 흥미를 잃은 친구가 이들이 찾고 있는 헬렌들이다.

 

의기투합한 세 명은 코딩교육 봉사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을 모았는데 20명의 학생이 참여의사를 전해왔다.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홍보, 장소 섭외, 비용 정산과 같은 교육 이외의 일들은 세 명이 전담했고, 20명은 커리큘럼과 교육을 담당했다.

 

 

고3을 앞두고 있긴 했지만 입시에 대한 압박은 적었다. IT특성화고등학교이기에 사회에 특기를 살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입시에 부담이 될 정도로 처음 활동의 규모가 크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우선 저희가 잘 알아서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았겠어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개설된 IT교육을 찾아가 듣기도 하고, e브레인, NHN엔터테인먼트 같은 곳에서 책자도 많이 지원받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건 계속 눈에 띄었다. 우선 봉사단체다 보니 재정적인 자금이 부족했다. 노트북, 아두이노와 같은 장비들을 마련해야 했고, 장소, 장비 옮기는 데까지 비용이 들었다. 용돈을 모아둔 통장을 깨고, 주축멤버들이 개인적으로 받은 외주 코딩을 통해 비용을 충당했다. ‘매 순간이 보릿고개’였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던가. 설리번프로젝트의 좋은 뜻을 알게 된 어른들이 도움을 줬고, 선생님 몇 분은 교통비와 식비를 대주고, 일부 장비를 구입해주기까지 했다.

 

 

 

나누는 처음의 즐거움은 계속돼야 한다

 

친구에게 간단히 알려주는 일과 커리큘럼을 통해 교육에 나서는 일 사이의 격차가 크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처음에는 요즘말로 ‘혼돈의 카오스’였어요. 어? 이게 아닌데, 싶었죠.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거예요. 그 길로 커리큘럼을 죄다 뜯어고쳤죠. 조금 익숙해진 두 번째 시즌에는 꽤 보완을 했는데, 고민은 더 늘어났어요. 무엇이 좋은 교육인지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고, 우리가 처음 생각한 그 마음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했죠.”

 

설리번프로젝트는 처음 ‘나누는 즐거움’을 느꼈던 그 마음을 유지하면서 체계를 갖추어 진행되도록 노력했다. 1년을 주기로 학기 초마다 교육봉사에 참여할 학생을 모집하고, 기존학생과 새로 선발된 학생이 모여 하루 동안 교육 초안을 만드는 해커톤 ‘에듀톤’을 진행한다. 이렇게 만든 초안을 다양한 전문가에게 보내 피드백을 받고, 방학 기간에 각 지역에서 교육 팀별로 교육을 진행한다.

 

“저와 제 친구들이 졸업하면서 설리번프로젝트는 졸업생 멤버를 갖게 됐죠. 기본적으로 설리번프로젝트의 운영방향은 ‘고등학생이 고등학생 이하 나이대의 학생들을 가르친다’이기 때문에 졸업하고는 교육을 직접 진행하지는 않아요. 다만 재학 중인 설리번 선생님들에게 조언을 하고 저변 확대와 소외계층 대상 교육을 지원하죠. 저는 설리번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낀 운영 이슈를 고민하고, 더 체계화하는 조직으로 ‘설리번교육연구소’를 설립했어요.”

 

 

 

현재 설리번프로젝트에는 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 대덕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의 40~50명 학생과 졸업생, 서포터 약 20명 규모로 유지되고 있다. IT 교육의 저변 확대와 소외계층에게 균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니즈에 맞는 IT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 어려움을 이겨내고 열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교육은 주로 방학기간에 진행하는데, 수업과 병행하면서 생길 수 있는 교육 질의 저하와 학업 부담을 막을 수 있게 했다.

 

“설리번프로젝트는 하고 싶은 게 많습니다. 부족하지만 우리 교육을 기다리는 친구들이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더 많은 설리번 선생님들과 더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만들고 싶은 걸 만들게 하고 싶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에 갇힌 게 한이 돼 바깥세상에 대한 열망이 강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는데, 설리번프로젝트도 널리 바깥세상으로 확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찬희 씨는 말한다. ‘메이커’라는 단어의 무게에 눌려 진짜 원하는 대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 기회를 잃어버리면 소용이 없다고. ‘메이커’인 동시에 ‘메이커가 아니다’ 생각하면서 편하게 교육에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이 끄는 항공모함보다 직접 모는 종이배가 낫다

 

RAM은 Researchers And Makers의 줄임말로, 용인 태성고등학교 메이커 동아리다. 원래는 메이커 동아리가 아닌 로봇 동아리로 이름도 ‘Robotics And Mechanics’였다. 심재광 군은 친구 유재민 군이 회장으로 있던 로봇 동아리의 멤버들과 가까운 사이였다. 같이 프로젝트 과제를 진행하면서 친해졌다.

 

“한순간에 같은 배를 타게 됐어요. 같이 다양한 활동을 하던 중 ‘2016 메이커 페어’에 구경을 갔다가 메이커에 심취하게 됐죠. 재민이가 있던 동아리를 개편해서 현재의 Researchers And Makers’를 만들었죠. 연구와 메이커 활동을 융합하고자 했습니다.”

 

목표는 단순했다. 이처럼 즐거운 메이커 활동을 누구나 쉽게 하도록 만들자는 것. 각자가 가진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해 서로에게 공유하면서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자는 생각으로 활동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사실에 부담이 없진 않았지만, 쉬는 시간에 스마트폰 게임을 하거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여겼다. 아니, 나은 정도가 아니라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하기에 값지게 느껴졌다.

 

심재광 군이 스카우트 했다는 장진웅 군은 RAM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도교사가 팍팍 밀어주는 생명과학동아리의 구애를 마다하고 별다른 학교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RAM으로 왔습니다. 마치 항공모함에서 뛰어내려 종이배에 탄 것과 같죠. 하지만 원하는 연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매력적인 제안을 뿌리치긴 어려웠습니다.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 그게 RAM의 힘입니다.”

 

RAM은 심재광 군을 비롯한 세 명을 주축으로 해서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전체 26명이 활동을 시작했다. 동아리 활동이다 보니 시험기간에는 조절하면서 활동을 줄이면서 운영을 탄력적으로 했다. 각자의 꿈과 관계된 경험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울 것도 없는 시간이었다. 이미 과학 분야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이들은 로켓 추진공학자, 전기공학 엔지니어, 생물학자와 같은 뚜렷한 확고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자연스레 각자가 원하는 방향대로 메이커 활동 분야가 정해졌다. ‘캔 위성 프로젝트’, ‘인공나무 프로젝트’, ‘도전! 메이커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캔 위성 프로젝트’는 이제껏 청소년 단위에서 전례가 없는 특별한 프로젝트다. 실제 위성을 캔 크기로 단순화시켜 고공에서 임무 수행하도록 만든 게 캔 위성인데, 이를 지상 20~30km 고도에 띄우고 오존, 먼지 등의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인공나무 프로젝트’는 자연적으로 공급되는 물을 저장하였다가 건조할 때 수분을 방출시키고, 자체적으로는 전기를 생산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도전! 메이커 프로젝트’는 IBM에서 매주 주어지는 메이커 과제 미션을 해결해 나가는 프로젝트로 두 가지에 해당하지 않는 다양한 메이커 활동을 하면서 메이커에 익숙해지고 흥미를 가질 수 있게 만든 프로젝트다.

 

 

 

학창시절을 빛낼 불꽃같은 여름방학이 온다

 

“많은 친구들이 저희 동아리에 관심을 보이면서 어렸을 때부터 만드는 걸 좋아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무얼 만들었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우물쭈물 아무 답도 하지 못하지요. 메이커란 만드는 걸 좋아하지만 만드는 활동을 하기 어려운 친구들에게 ‘직접 만드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고교시절 마지막 해에 들어서야 메이커 활동을 하게 됐다는 점은 아쉽지만, 그만큼 열정적으로 메이커 활동을 이어간다. 프로젝트를 널리 알리고 동력을 얻으려는 시도 역시 빠지지 않았다. 한국과학창의재단 메이커 동아리 지원사업에 지원한 것도 그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4월 말부터 5월 말까지 한 달간 지원서를 작성했어요. 캔 위성을 통해서 얻은 자료를 공유하면 미래 항공우주공학에 도움이 된다는 점, 인공나무를 활용하면 건조한 지역에서 수자원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어요. 홍보영상까지 직접 찍으면서 즐겁게 만들었죠.”

 

심재광 군은 즐겁게 지난 시간을 회상하지만 이를 지켜본 동아리 담당교사 이봉기 선생님은 조마조마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주 복잡했었다고 한다.

 

“열정적으로 신청서를 작성하는 걸 보면 자랑스럽다가도, 저렇게 열심히 영상도 첨부해 신청서를 썼는데 선정에서 탈락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었고요. 합격 소식을 듣고 다 같이 소리지르면서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입시가 코앞이라 활동에 걱정이 앞서지만, 공부하고자 하는 전공 분야와 관련이 매우 깊어 대입 준비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방학을 맞으면서 RAM의 활동은 탄력을 받게 됐다. 아무래도 동아리 활동시간과 주말에밖에 시간을 내지 못해 주로 설계 위주의 작업을 하다가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RAM 회원들은 7월 29일에 열릴 ‘2017 메이커 페어’에 참가해 선보일 작품들 제작에 한창이다.

 

“캔 위성과 인공나무의 원리를 소개하는 부스를 꾸릴 겁니다. 이외에도 각자가 어린 시절부터 연구해온 ‘코일건’, ‘무선전력 송수신 LED’, ‘전자기 유도 현상을 이용한 인덕션 요리’, ‘레고를 이용한 뽑기기계’ 등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캔 위성은 3D프린터를 통해 프로토타입 동체를 제작했고, 센서 대부분의 프로그래밍이 끝났다. 인공나무의 경우에는 태양광 패널을 통해 전력을 충전하는 회로 제작을 완료했다. 아직 레고 뽑기 기계는 제작이 더디지만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를 즐기느라 그리 조급하진 않다.

 

꿈을 향해, 우정을 위해, 소중한 시간을 더욱 소중하게 쓰기 위해 시작한 활동이 여름방학을 불꽃처럼 환하고 뜨겁게 달구고 있다.

 

 

글. 김지원

사진. 설리번프로젝트 이찬희, 태성고등학교 메이커 동아리 RAM 심재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