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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이슈]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메이커들이여 '좋아요' 스토리를 메이크하라
등록일 : 2018-01-02 01:29:13 조회수 : 2,020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메이커들이여,
‘좋아요’ 스토리를 메이크하라

 

 

지난 30년간 가장 굳건한 기업이라고 불리던 은행, 방송사, 백화점 등이 최근 들어 어려움을 호소하며 아우성이다. 그러고 보니 필자도 이제 은행에 거의 가지 않고, 지상파 방송이나 신문도 자주 보지 않으며, 백화점보다는 모바일 쇼핑을 더 많이 즐긴다. 이들 기업들의 매출이 줄었을 게 분명하고, 그러니 어렵다고 할만하다. 카카오뱅크의 폭발적 인기를 보니 더욱 실감이 난다. 무언가 준비해야겠구나 싶어 인터넷을 뒤져보면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들이 차고 넘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스마트팩토리, 3D 프린터, 로봇, 가상현실, 드론 등 첨단기술이 세상을 바꿀 거라고 한다. 지금 기업들은 이러한 현상을 보며 혼란스러워한다. 지난 30년간 안정적이던 시장이 혁명적 변화를 겪게 된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시장의 혁명, 시장 생태계의 근본적인 변화다. 2007년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 인간은 스마트폰을 통해 급격하게 변화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지식을 얻는 방법, 소비하는 방법, 미디어를 보는 방법, 기본적인 생활의 방식까지 모두 바뀌었다. 이로 인해 기존 시장은 점점 파괴되고 있다. 스마트폰에 기반을 둔 유통기업들은 과거의 시장을 파괴하고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했다. TV 방송사가 거의 독점하던 미디어산업도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새로운 방식의 플랫폼 기업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택시도 타고, 편의점에서 물건도 사고, 영화도 보고, 송금도 하고, 호텔도 바로 예약하는 그야말로 새로운 생활방식의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자유롭게 쓰는 사람들)’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시장혁명의 본질이다.

 

 

포노 사피엔스 시대, 변화는 어디로 흐르는가?

 

글로벌 시장의 변화는 명백하다. 2017년 9월 현재 시가총액 기준 세계 5대 기업은 애플(950조 원), 구글(732조 원), 마이크로소프트(632조 원), 페이스북(569조 원), 아마존(560조 원) 순이다. 모두가 포노 사피엔스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IT 기업들이다. 더욱이 어느 기업도 공장을 갖고 있지 않다(애플은 대만기업 폭스콘(Foxconn)에서 위탁생산을 하고 있다). 이들의 기업 가치를 모두 합하면 3,400조 원에 달한다. 엄청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최고의 이익을 추구하는 투자 자본들이 세계 최고기업으로 모두 포노 사피엔스를 바탕으로 성장한 기업들을 선택한 것이다. 아시아 톱3도 모두 포노 사피엔스에 기반한 IT기업인 알리바바(443조 원, 세계 7위), 텐센트(426조 원, 세계 9위), 삼성전자(345조 원, 세계 13위)의 순이다. 이들 기업의 거대한 자본이 새로운 인류의 생활방식에 맞는 신산업의 성장에 투자되고 있다. 이것이 진정 시장의 혁명을 이끄는 힘이다. 시장 혁명은 포노 사피엔스의 소비행동 변화에 의해 시작되었고, 이들이 선택한 플랫폼 기업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기존 기업들을 무너뜨리는 혁명적 변화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더욱 많은 신산업들의 성장을 위해 대규모 자본이 투자되면서 혁명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세계 시장을 지배하던 최고의 기업들은 대부분 미국, 독일, 일본 등의 제조 기업들이었다. 우리도 제조기술 발전에 목표를 두고 이들 선진기업들을 추격하는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제조업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실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반도체 1위, 자동차 5위, 조선 1위, 철강 3위 등 놀라운 제조업의 발전을 이룩한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세계 5대 기업은 공장도 없고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소비욕구와는 무관한, 어쩌면 없어도 될 것 같은 스마트폰과 SNS, 모바일 유통 관련 기업들이 세계 최고 기업으로 부상했다. 이제 시장 혁명이 보여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 맞게 그동안의 프레임을 바꾸라는 것이다. 창업을 하든, 기업의 전략을 바꾸든 새로운 인류가 원하는 것에 도전하라는 것이다.

 

2009년 창업한 택시회사 우버(Uber)는 78조 원의 가치를 가진 기업으로 성장했고, 중소여관업협동조합의 형태로 출발한 에어비앤비(Airbnb)는 36조 원의 기업 가치로 성장했다. 우버를 그대로 모방한 중국의 디디추싱(滴滴出行, Didi Chuxing)도 이미 56조 원의 기업 가치로 성장하면서 실리콘밸리에 미래시장을 대비한 무인택시연구소를 설립했다. 2014년까지 25개에 불과하던 유니콘 벤처(성공한 벤처, 기업가치 1.2조 원 이상의 벤처)의 숫자는 2017년 200개까지 늘어났고, 이들 대부분은 포노 사피엔스 시장을 개척한 기업들이다.
중국은 세계 최고의 포노 사피엔스 시장으로 성장하면서 15억 명의 소비자를 신산업의 시대로 빠르게 적응시키고 있다. 알리바바, 텐센트가 세계 10대 기업에 진입하면서 자신감을 얻은 중국은 향후 1억 개의 벤처기업을 신산업을 중심으로 창업시키는 지원 전략을 내놓고 있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이들이 신문명을 받아들이고 발전시키는 어마어마한 속도다. 우리나라의 목표 타깃인 미국과 중국의 거대시장이 빠른 혁명을 주도해가고 있는 것이다.

 

 

스토리가 가진 힘에 주목하라

 

역사가 주는 교훈 중 하나는 혁명적 변화의 시기는 언제나 기회의 시기라는 점이다. 새롭게 시작된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창의적인 메이커들이다. 이 시대의 메이커들은 달라진 인류가 원하는 달라진 상품을 만들어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첫 걸음은 신인류가 좋아하는 스토리를 찾는 것이다. 세계 최고 기업들의 성장 비결만 보아도 그 이유는 분명하다. 알리바바는 광군제(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날로, 11월 11일 중국 최대의 온라인 쇼핑이 이루어진다) 스토리를 만들어 일일매출 20조 원을 돌파하는 기적을 만들었고, 텐센트는 신인류의 최대 관심사가 게임이라는 것을 빅데이터 분석으로 파악해 세계 9위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네이버도 구글과의 경쟁을 이겨내며 시총 25조 원의 기업으로 성장했고, 배달의민족, 야놀자도 생각지 못한 포노 사피엔스의 틈새시장을 찾아내 최고의 벤처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최근 카카오뱅크가 보여준 사업개시 한 달만의 300만 계좌가입 실적은 포노 사피엔스 시장이 얼마나 무르익었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제조업들도 서서히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아직 그 성장세는 빠르지 않다. 인공지능 음성인식 스피커가 시장을 넓히는 중이고, 사물인터넷에 기반한 스마트홈, 스마트팩토리도 차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향후 세계 시장을 뒤흔들 상품으로 손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성장이 더딘 것은 스토리가 약하고 디테일이 부족한 탓이다. 소비자들이 감동해서 자발적으로 ‘좋아요’를 퍼뜨리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성공한 메이커들을 보면 우리가 왜 스토리에 집중해야 하는지 분명해진다. 드론기업 DJI를 창업한 프랭크 왕(汪滔, Frank Wang)은 신인류가 좋아하는 것이 비디오라는 데에 집중했다. 그리고 5년 동안 실제 영화 촬영장에서 사용될 수 있는 수준의 드론을 만들기 위해 기술개발에 매진했다. 그의 스토리는 이렇다.

 

사랑하는 다섯 살짜리 딸에게 신비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싶은 아빠는 큰 마음먹고 하와이로 가족여행을 떠난다. 눈앞에 펼쳐진 비경에 감탄하다가 영화처럼 찍고 싶어 드론을 띄운다. 드론은 이 비경을 마치 액션영화의 인트로처럼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담아내고, 가족에게로 돌아와 목마를 타고 있는 딸을 영화 주인공처럼 찍어낸다.

 

이 3분짜리 비디오는 SNS를 통해 퍼져나가 미국시장을 강타했고, 2015년 DJI의 드론 매출은 1조2천억 원을 돌파했다. 여기에 사용된 소비자 빅데이터를 보자. 우리나라만 해도 1년 사이 여행 관련 매출이 40%가 증가했다. 이동통신 서비스 분석에 따르면 동영상 데이터 비율 중 유튜브 비중이 30%를 넘었다.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등 플랫폼 기업들은 비디오 콘텐츠 확보에 20조 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결국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드론의 기능을 디자인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낸 것이다. 드론이 비행기라고 생각하는 엔지니어들만 모여서 만들었다면 이룰 수 없었던 성공스토리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중요하다

 

시장이 요구하는 창업 교육, 메이커 교육의 혁신 방향은 명확하다. 시장은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파괴적 혁신을 이끌 새로운 인재를 요구한다. 최근 창업자들을 위해 소프트웨어 교육, 빅데이터 교육, 인터넷 마케팅 교육, 융합 교육 등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다.

 

염려스러운 것이 있다면 기존의 제조업 시대의 상식으로 기술만 가르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것이다. 승부처는 형식이 아닌 스토리의 디테일이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퍼뜨리고 싶을 만큼 엄청난 ‘좋아요’를 끌어낼 수 있는 콘텐츠의 힘이 제품 개발에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메이커들은 새로운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포노 사피엔스들이 만들어내는 빅데이터를 보고 새로운 트렌드를 분석하는 창의적인 힘을 길러야 하고, 새롭게 성공하는 벤처기업들이 어떤 디테일로 선택받았는지를 공부해야 한다. 신인류가 선택한 새로운 미디어와 유통라인을 파악해서 이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해야 하고, 그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제는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 미묘하게 달라진 인류가 ‘좋아요’를 연발하게 만들 제품을 메이크하려면 그들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신인류가 좋아할 스토리를 메이크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신인류 메이커’들의 첫 출발점이 될 것이다. 메이커들이여! 예술, 게임, 대중문화, 인문학, 심리학 등 다양한 ‘알쓸신잡’의 지혜를 축적하라. 신인류와 깊이 공감하는 순간, 새로운 메이커의 길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WRITE. 최재붕(성균관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