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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와 이슈 - 메이커, 소통을 메이킹하라

거품이 빠지고 있는
메이커운동

미국의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오늘의 DIY가 내일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만든다.” 라는 외침. 그리고 3D프린터 특허의 만료와 함께 무엇이든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드는 일명 ‘메이커 운동’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바마의 메이커 운동 지지 이후 불타올랐던 전 세계 메이커운동의 열기는 점점 식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미래 성장 동력에 투자를 벌여 한몫 챙겨보고자 하는 투자자들 역시 3D프린터를 포함한 메이커운동 관련 산업을 떠나 드론으로 VR로, 또 그 다음에는 인공지능으로 투자처를 옮기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렇다면 이대로 메이커운동은 끝나는 것인가?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지금은 그저 투자자들로 인해 과도하게 형성된 거품이 빠져나가고 있을 뿐, 거품이 빠진 후의 메이커운동은 보다 천천히 정상적인 속도로 우리 미래에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3D프린터의 발달, 아두이노, 라즈베리파이와 같은 마이크로프로세서, 각종 센서의 발달, 그리고 오픈소스 문화의 확대로 인해 한 인간이 자신의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은 계속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코딩교육 의무화 추세 역시 메이커운동에 계속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한국 역시 2018년 코딩교육을 의무화하며 메이커운동 또한 보다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면 거품이 빠진 메이커문화의 자연스러운 확산 분위기에서 우리는 또 어떤 것을 준비해야할까?

메이커,
소통을 메이킹하라

필자는 종종 메이커톤, 혹은 해커톤이라는 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메이커톤(해커톤)이란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하드웨어전문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여 무박 2일 혹은 3일 동안 팀을 꾸려 자신들이 생각한 물건의 시제품을 만들어 내는 대회이다. 본인들이 상상한 물건을 단 2-3일 만에 실제로 만들어 내는 경험은 참여자들에게 매우 큰 보람과 재미, 그리고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다. 재미난 점은 이런 행사의 경우 주최 측과 스탭들의 역량에 따라 참여자들의 결과물의 질이 상당히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다. 경험있는 스탭들이 진행을 할수록 결과물 역시 더욱 완성도가 높아진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스탭을 둔다고 해도 한 가지 해결되지 못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발표 능력과 홍보능력이다.

메이커톤

메이커톤

보통 메이커톤(해커톤)에 참여하는 참가자의 유형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한 유형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제로 사업화 하고자 하거나, 상금 혹은 입상 경력을 목적으로 참여하는 ‘목적성 메이커’이고, 나머지 유형은 그저 만드는 것이 좋아서 참여하는 ‘비목적성 메이커’이다. 후자의 경우 메이킹의 과정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딱히 자신의 프로젝트를 효과적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단순히 즐기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업화나 입상 등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메이커라면 자신의 아이디어와 결과물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소통능력 또한 필수적으로 길러가야 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결과물을 완성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없다면 많은 기회들을 놓칠 수 있게 때문이다. 즉, 메이커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와 같은 기계적 결과물만 메이킹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그것의 의미를 전달하는 소통방법도 메이킹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좌) 스티브 잡스 발표

(우) 엘론 머스크 발표

(좌) 스티브 잡스 발표 / (우) 엘론 머스크 발표

메이커들이 발표 때
저지르는 실수

먼저 메이커들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발표할 때 흔히 저지르게 되는 실수들을 정리해 보려한다. 보통 대회에서 한 팀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시연을 보여주는 시간은 5분에서 10분 정도로 제한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불필요한 말들을 너무 많이 하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말의 첫 번째 케이스는 개발 동기에 대한 설명에 대부분의 시간을 소진하는 경우이다. 특히 이 경우 자신들의 개발동기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고자 신문기사나 통계를 자주 이용하게 되는데, 자료들이 굳이 필요없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지진 피해 대비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 굳이 지진 피해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지진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굳이 기사와 통계를 인용해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기사나 통계를 가져와서 효과를 보는 경우는 그 자료들이 청중들을 놀라게 하여 집중도를 높일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불필요한 설명 두 번째 케이스는 팀원들의 소개와 자신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겪었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경우이다. 이것이 불필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심사결과에 반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심사를 위한 발표 자리는 분명한 목적성을 가지고 있다. 자신들의 프로젝트가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어필하는 자리이다. 물론 분위기를 풀어 주기 위한 위트 있는 에피소드는 어느 정도 발표를 효과적으로 만들어준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 자체의 질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메이커들이 발표 시 흔히 저지르는 실수 두 번째 케이스는 지나치게 어려운 용어의 사용이다. 특히나 이 경우 발표자가 프로그래머이거나 하드웨어 전문가인 경우가 많다. 본인들에게 익숙한 영어로 된 전문용어를 사용하며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경우이다. 물론 심사위원들 중에는 전문적 지식이 풍부하여 그 기술의 구현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알아듣고 심사에 반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 투자자나 혹은 그 대회를 주최한 기관의 대표가 심사를 하는 경우 발표자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예를 들어 2016년 서울시에서 주최한 ‘I 해커톤 U’라는 서울시 문제 해결 해커톤의 경우 박원순 서울시장에 심사에 직접 참여를 했다. 그렇다면 박원순 시장에게 어필해야하는 부분은 자신들의 프로젝트가 서울시에 얼마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가가 우선이지, 자신들이 구현한 기술이 무엇이며 어떤 방식을 사용했는지는 그 다음이라는 말이다. 발표란 것은 자신의 생각을 단순히 말하는 것이 아니라, 청중들이 공감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청중의 눈높이에 맞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감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아무리 훌륭한 생각이라도 청중에게 전달되지는 못한다.

이해시키지 말고 느끼게 하라

오프라인 발표 상황에서 뿐만이 아니다. 동영상과 사진 등을 이용해 유튜브, 페이스북, 블로그 등 온라인에서 홍보를 할 때 역시 자신의 프로젝트를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소통법을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노력한 프로젝트가 온라인상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고 댓글이 달린다면 이 역시 수많은 기회를 열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의 프로젝트를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한다면 ‘RUF’에 입각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RUF란 R(Relevant), U(Useful), F(Fun)의 약자로, 얼마나 사람들과 연관성이 있고, 얼마나 그 프로젝트가 유용하고, 얼마나 재미가 있는가에 대한 개념이다. 결국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과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을수록 그리고 재미있을수록 그 프로젝트에 공감한다. 아무리 어려운 기술을 실제 구현하는데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즉, 자신의 전문적 지식과 통계들을 이용해 청중들을 이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그 프로젝트가 얼마나 필요한지 그 의미를 바로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한 홍보 스킬을 참고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은 바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의 홍보영상이다. 킥스타터닷컴이나 인디고고와 같은 세계 유명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의 홍보영상들을 보면 몇 가지 공통된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일단 그 길이가 3분 내외로 짧다. 그렇지만 그 3분이라는 시간 안에 자신들이 왜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사람들에게 어떠한 이득을 줄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표현한다. 그 프로젝트를 위해 수많은 시간을 매달렸지만 그간의 연구개발 시간과 상관없이 단 3분 안에 그것들을 모두 담아내는 것이다. 또 다른 특징은 생활밀착형 홍보영상을 제작한다는 점이다. 보통 크라우드펀딩 홍보영상의 배경은 실제 생활환경이다. 집안에서의 활용, 업무환경에서의 활용 등 특정 상황에서 자신들의 프로젝트가 얼마나 사람들의 생활에 편의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표현한다. 청중을 이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느끼게 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발표능력과 홍보능력을 개선하고 싶다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의 홍보영상들을 교과서 삼아 연습하는 것을 추천한다.

인디고고, 킥스타터

인디고고, 킥스타터

반쪽짜리 메이커를 양성해선 안 된다

한국 교육은 그동안 문과와 이과를 나누어 학생들의 역량을 양분해 길러왔다. 그 결과 문과생에게는 언어적 능력이 강조되고, 이과생에게는 계산적 능력이 강조되어 왔다. 하지만 앞으로의 시대는 다르다. 누구나 자신의 주변에 존재하는 ICT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메이커로서의 소양을 길러가야 할 필요가 있으며, 동시에 자신이 연구하고 개발한 기술이 왜 중요한지를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언어적 소통능력 또한 길러가야 할 것이다. 메이커를 양성하겠다며 기술적 소양만 강조를 하는 것은 결국 우리 교육이 지난 세월동안 문과생과 이과생을 나누어 진행해온 반쪽짜리 교육을 그대로 답습하는 꼴이 될 것이다.

기획 한국과학창의재단
미래채널 MyF 대표 황준원
사진 전자신문 (http://www.etnews.com/20160627000341)
Wired (https://www.wired.com/2012/10/steve-jobs-wall-street/)
Wired(https://www.wired.com/2015/12/elon-musks-billion-dollar-ai-plan-is-about-far-more-than-saving-the-world/)
Forbes (http://www.forbes.com/sites/amadoudiallo/201)